올해 광복 80주년이다. 일제 식민지 통치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36년을 되찾은 역사적인 해이다. 이날 광화문에서 이재명 대통령 국민임명식을 제외하고는 요란한 이벤트는 없고 차분하게 광복 80주년 의미를 되새겨 보는 뜻깊은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산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일본이 망할 줄 몰랐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솔직한 고백일 수 있다. 일본의 위세가 강했던 때이고 외부 정보가 거의 없었으니까. 그래서 친일 인명사전을 만들 때도 생계형 친일과 출세형 친일을 구별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당시 일본에 대한 태도는 부일·친일·극일·항일로 나뉘었다. 완전히 일본에 빌붙은 부일은 친일보다 더 심했다. 극일은 일본을 이기는 게 아니라 참는 거다. 그 시대엔 부일·친일·극일이 많았고, 항일은 극소수였다. 매헌 윤봉길 의사, 안중근 선생, 이육사 시인처럼 당시 제대로 항일 투쟁을 벌였던 애국지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1950년 한국 동란을 겪으면서 나라가 폐허가 됐다. 하지만 국민 총소득이 일본을 추월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2024년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023년에 사상 처음 일본을 추월했다. 젊은 세대는 일본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듯하다. 
 
재임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반일을 정치에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교수 시절부터 '항일 죽 창가'를 외쳤다. 86세대는 일본 콤플렉스를 완전히 벗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과거를 시간 흐름에 맡겨보면 어떨지. 기성세대, 특히 정치권은 아직도 친일·반일 프레임에 갇혀 있다.
한국처럼 식민지를 경험한 인도와 비교해 보자. 인도에는 우리 삶의 비극을 얼룩으로 보고 역사적 사안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이면 몰라도, 자손들까지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분위기와 안목이 있다고 한다.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에 억울하게 당하고 분개했던 당사자들이 나이 많아 세상을 떠나기 시작하면서 그게 가능했다. 한국 젊은이들이 일본 콤플렉스를 벗었다면 젊은이들이 보기엔 일본 식민 지배로 인한 얼룩은 어른들 세대, 이전 세대의 것이고 내 것이 아니기에 그런 생각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도 조금 더 지나면 영국 식민지를 경험한 인도가 그런 것처럼 일제 침략기와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좀 더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본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시간의 흐름에 맡기면 어떨까. 광복 80주년 의미를 되새겨 보는 뜻깊은 날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