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주요 노동정책이 정년 연장, 노조법 개정 등 노동자의 권익 강화 방향으로 설정했다. 정책은 그 명분이나 도입 취지보다 실제로 어떤 구조적 결과를 낳는지에 따라 평가받아야 한다. 결과가 불평등을 초래한다면 실용적 관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경제 6단체와 경제단체협의회가 기회 있을 때마다 노조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노조법 2, 3조 개정안 때문일 것이다. 핵심은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완화하고, 교섭 대상을 원청까지 확대하려 하는 데 있다. 겉보기에 이는 하청 또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조치로 읽힐 수 있다.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 하청기업의 원청은 중소·중견기업이다. 이들 원청의 재정적 여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대다수의 사업장은 노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노사 간 체계적인 대화 채널조차 있지도 않다. 정책은 실험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일단 도입하고, 문제는 나중에 보완하자”는 논리를 제시한다. 그러나 법과 제도는 한번 도입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특히 구조적 문제가 있는 노동시장의 개혁을 위한 제도 설계에서 현실성이 부족하면 오히려 회복할 수 없는 장기적 부작용만 초래한다.    우리는 지금 AI와 자동화, 보호무역, 기후위기 등 복합적 구조 변화 속에 놓여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정책은 신중하고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하며, 실험이 아닌 현장 기반의 전략이어야 한다. 격차는 한국 노동시장의 본질적 구조 문제다. 이를 완화하려면 상징적 법 개정보다 구조개선 방안이 실질적 이여야 한다. 정년 연장을 논하기 전에, 일자리를 찾는 대다수를 위한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하고,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기보다 불안한 미래를 함께 극복하도록 기업 내 다각적 차원의 대화 채널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    정책은 명분보다 결과로 말한다. 현행법안들이 의도와 달리 또 다른 이중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지는 않은지, 그 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진짜 개혁은, 가장 약한 곳에 닿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서 출발한다. 근로시간 단축 역시 정책 추진의 배경에는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명분이 있다. 정년이 늘어나면 기업입장에서 고임금·저생산성 구조의 고착화가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은 청년 등 신규채용을 줄이고, 비용 절감을 위해 하청·비정규직의 비중을 더 높일 수밖에 없다. 정년 연장은 일부의 권익 확대가 아니라, 전체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공정성을 함께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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