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는 대화의 손짓을 보내고, 일본에는 미래지향적 협력을 당부했다.북한을 향해선 거듭 조심스럽게 대화의 문을 두드리고, 일본과는 과거 문제를 직시하되 협력을 우선시하겠다는 태도는 향후 이재명 정부의 대북·대일 정책을 정의하는 기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극복한 '빛의 혁명'을 '3·1혁명'부터 이어진 시민 저항 역사의 연장선상에 위치시키며, 그에 기초한 새로운 정치·경제 질서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북한에 '체제 존중·적대행위 중단' 등 당근 제시하며 대화 촉구이 대통령은 끊어진 북한과 대화를 재개함으로써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드러냈다.이 대통령은 "엉킨 실타래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야 한다"며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새 정부 출범 이후 행한 여러 조치를 거론하며 "앞으로도 실질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더 구체적으로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다"며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도 언급했다.남북관계에 대해 "남과 북은 원수가 아니다.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관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적대적 태도를 이어가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북한'이란 호칭 대신 '북측'이나 '북' 등의 표현을 쓴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이 대통령은 북한의 화답을 "인내하며" 기다리겠다고도 언급했다.신뢰 회복과 대화 재개 이후의 협력 방안으로는 '공리공영·유무상통(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융통함) 원칙'을 내세웠다.북핵 문제에 대해선 "매우 어려운 과제임을 인정한다"며 원칙적인 비핵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주변국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이 과정에서도 '북핵'이란 표현 대신 '핵 없는 한반도'라는 한층 조심스러운 표현을 사용했다.◇ 한일관계에 "과거 직시하되 미래로"…日 정부에도 '신뢰 유지' 노력 당부대일관계와 관련해선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원칙적 대응을 하면서도 미래지향적으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기존의 '투트랙' 기조를 재확인했다.이 대통령은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한일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라며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했다.과거사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굴곡진 역사를 공유했기에 일본과 관계를 정립하는 것은 늘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였다"며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계시고, 입장을 달리하는 갈등도 존재한다"고 인정했다.그러면서도 옛 독립지사들 역시 언젠가는 한일이 진정한 이웃이 되길 염원했었다고 언급하며 협력의 실마리를 제시했다.이 대통령은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며 "양국이 신뢰를 기반으로 미래를 위해 협력할 때 초격차 인공지능 시대의 도전도 능히 헤쳐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이 대통령은 "신뢰가 두터울수록 협력의 질도 높아지게 마련"이라며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일본 정부를 향한 '뼈 있는' 메시지도 함께 내놨다.이 대통령은 오는 23∼24일 방일을 앞두고 있다. 이날 밝힌 원칙에 따라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미래지향적 협력 방안과 과거사에 대한 원칙적 입장 표명 등이 주요 주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3·1운동부터 빛의 혁명까지' 역사인식…"관세협상, 하나의 파도에 불과"이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광복 80년을 맞은 한국의 현재에 대한 역사적 진단과 앞으로 이끌 변화의 방향도 제시했다.우선 이 대통령은 "우리의 굴곡진 역사는 '빛의 혁명'에 이르는 지난한 과정이었다"고 진단했다.3·1 운동,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등 면면히 이어진 시민혁명의 역사를 언급하며 "빛의 혁명은 일찍이 타고르가 노래한 '동방의 등불'이 오색찬란한 응원봉 불빛으로 빛나는 감격의 순간이었다"고 정의했다.이어 "광복으로 찾은 빛을 다시는 빼앗기지 않도록, 독재와 내란으로부터 지켜낸 빛이 다시는 꺼지지 않도록 모두 함께 지켜내자"고 말했다.그 연장선에서 이 대통령은 이른바 '내란 세력'을 겨냥해 "분단을 빌미 삼아 국론을 분열시켰다",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국민주권을 제약한 것도 모자라 전쟁의 참화로 국민을 몰아넣으려는 무도한 시도마저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분열과 배제의 어두운 에너지를 포용과 통합, 연대의 밝은 에너지로 바꿀 때 더 나은 미래로 도약할 수 있다"며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의 정치에서 탈피해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자"고 촉구했다.이 대통령은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한미 관세협상은 하나의 파도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또 다른 파도가 시시각각 밀려올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어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치이다 국권을 빼앗긴 120년 전 을사년의 과오를 되풀이할 수 없다. 2025년 을사년은 달라야 한다"며 첨단기술 육성 및 에너지 전환을 통한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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