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인순이(본명 김인순)가 최근 국제 아동 인권 비영리재단인 미국 '펄벅 인터내셔널'이 주는 '영향력 있는 여성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인순이는 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와는 몇 번 편지를 주고받았을 뿐 얼굴을 본 적은 없다고 한다. 이번 인순이의 수상 소식은 베트남전 당시 태어난 한인 2세들을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 그는 베트남전과 무관하지만 '전쟁'이나 '혼혈'이라는 상징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1964년부터 1973년까지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 기간에 한국인과 현지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혼혈 2세, 일명 '라이따이한'은 부끄러운 우리 역사다. 라이따이한은 베트남어로 '잡종'을 뜻하는 '라이'와 '대한'을 뜻하는 '따이한'의 합성어로, 이들은 전쟁 후 사회주의 국가에서 '적군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냉대를 받았다. 1975년 남베트남 패망 당시 한국 정부는 라이따이한을 교민 철수 행렬에 넣어주기로 했으나 파악한 수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탈출을 요청하는 바람에 막상 탈출해야 할 2세들이 탈출하지 못하고 남겨졌다고 한다.새 정부 국무회의 석상에서 라이따이한 문제와 관련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공개한 국무회의록을 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제25회 국무회의(6월10일)에서 법무차관으로부터 비자 정책 설명을 들은 후 "베트남에도 우리 혼혈 2세들이 많은데 그 자녀들에 대한 비자 특례 같은 걸 검토해 봤는지"를 물었다. 제26회 국무회의(6월19일)에서도 이 대통령은 라이따이한과 관련해 한국에서 일해보겠다는 사람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다 받아주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관련 방안을 검토해 볼 것을 재차 주문했다.베트남전 파병 시기를 고려하면 라이따이한의 나이는 모두 50대 이상이다. 이들이 한국에 취업해서 일하거나 한국의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만나려면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도 않았다. 라이따이한을 지원하고, 비자 특례를 주는 것도 좋지만 우선 베트남 현지에서 그들에 대한 실태 파악이 이뤄져야 한다. 라이따이한은 우리가 책임져야 할 역사다. 이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만큼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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