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에틸렌, 반도체 등 기초 소재는 '산업의 쌀'로 불린다. 이들은 우리 수출 효자 품목들이기도 하다.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원료인 에틸렌은 오랫동안 우리 산업경제를 지탱해 온 기둥 중 하나였는데 요 몇 년 새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우리 석유화학 업계는 에틸렌 생산 분야에서 한때 세계 4위였고 고품질로 호평받았으나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며 과잉 생산과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석유화학의 위기가 한국 경제 전체의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 상황이다.보다 못한 정부도 칼을 빼 들었다.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석유화학 업계가 부진한 사업 부문을 자발적으로 구조조정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도 업체별 자구 계획을 보고 그 수준에 맞춰 각종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른바 채찍과 당근이다. 말로만 압박한 게 아니라 10대 석유화학 기업이 최대 370만t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을 목표로 연말까지 구체적인 사업재편 계획을 제출하도록 협약까지 체결한다. 한국 석유화학의 위기는 단편적·일시적인 게 아니라 오랜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이어서 더 심각하다. 중국발 공급 과잉 및 대중국 수출 감소, 중동 국가들의 정유 능력 확대,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환경 규제 강화 등 복합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특히 NCC 중심의 높은 나프타 의존도는 원자재인 원유 가격 변동성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만들었다. 정부가 NCC 감축을 핵심 과제로 요구한 것도 이런 배경 탓이다. 석유화학 구조조정은 업계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5대 수출 품목인 데다 3대 석화산업단지인 여수·울산·대산 산단 등 주요 공업 도시와 시민들의 운명과도 직결됐다. 우선 업계는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사업구조 재편안을 신속하게 제시해야 한다. 정부도 과감히 썩은 살을 도려내려는 기업에는 파격적인 금융 지원과 무리한 규제의 완화로 화답해야 한다. 산업 안전 위험이 상존하는 중화학 공업의 특성에 맞는 규제 개선도 계속 이뤄져야 하고,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대책도 업계 및 노동계와 합리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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