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박았다 녹슨 망치 하나 있다고 그저 다 떨어진 누더기, 내 옷부터 걸어 놓으려고 되지 못한 자존심 하나 억지로 심어놓으려고 아무 곳이나 건방지게 꽝꽝 박았다 한번 박으면 다시는 뽑을 수 없는 못 우리들의 길,못을 잘 박는다고 해서 모두 출세하는 것은 아니다 내 허약한 말씀의 못얄팍한 지식의 뾰족한 못, 박을 곳이 아닌데도 황당하게 우겨 박던 녹슨 못, 지금 끝 뽑지 못하고 있다. 지우지 못하고 있다.한번 박은 것은 뽑히지 않는다 밤마다 찾아와 양심의 가시를 세차게 흔든다 너무나 아팠다 아무 곳이나 박지 말 일이다 남의 깨끗한 벽에 상처를 주지 말 일이다 한번 박으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 허수아비가 말없이 섰는 걸 이제야 알았다개울물도 아래로 흐르는 걸 이제야 알았다 - 원희석의 시, '못'원희석 시인은 42세(1998년, 심근경색)로 요절했다.친구들이 ‘유고 시집’을 내줬다. 시집 이름은‘ 오전 10시에 배달되는 햇살’그는 일기 같은 수필같은, 전형적인 산문시를 썼다. 여백이나 압축의 미가 없다. 그의 시는 서정성을 거부하고 일상성에서 가치있는 그 무엇을 발견하고자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먹고 사는 삶에 대한 힘듬을 토로하는 시, 불안한 삶과 현실에 대한 비판 시를 썼다.‘아무 곳이나 못을 건방지게 박아서는 안 된다’ ‘못은 한번 박으면 뽑지 못한다’ ‘못을 박을 곳이 아닌데 박아서 평생 후회한다’‘깨끗한 벽에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한다’(잘 못 박은 못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등 삶의 진실을 ’못‘이라는 사물의 비유로 노래하고 있는 시다. 우리들은 못에대한 시를 읽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나도 저렇게 건방지게 아무 곳이나 꽝꽝 못을 박은 일은 없었던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특히 젊은 시절, 우리는 잘 못 박은 아픔이 있다. 시는 인생이다. 인생이 바로 시다 그리고 시는 은유다. 돌려서 이야기해야 마음이 움직인다. 감동은 작은 깨달음에서 온다. “개울물도 아래로 흐른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이 시는 욕심을 버리고 순리대로 사는 삶이 아름답다는걸 가르쳐 준다. 말복이 지났다. 곧 처서다! 가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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