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성장률 2% 아래에 머무를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9%, 내년을 1.8%로 제시했다. 이는 불과 몇 달 전 내놓은 수치보다 크게 낮아진 전망치다.
이번 전망은 정부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프로젝트 등 긍정적 정책 효과는 반영했지만 미국 반도체 관세 불확실성은 제외한 전망치라는 점에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0.9%,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건설업 불황 등 영향으로 올해 1월 정부가 내놓은 수치(1.8%)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마이너스 성장한 뒤로 5년 만에 가장 심한 불황이다.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대에 그쳤다. 과거 충격을 겪은 이듬해에는 기저효과 영향으로 성장률이 큰 폭 반등한 패턴과는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성장률은 2020년 0.7% 뒷걸음쳤다가 다음 해 4.6% 뛰어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엔 0.8%로 쪼그라들었다가 곧이어 7.0% 급등했고 외환위기 때인 1998년에는 4.9% 하락했다가 1년 만에 11.6% 치솟았다.정부 전망대로라면 실질 GDP 성장률은 내년까지 2년 연속 2%를 밑돌게 된다. GDP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53년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전례 없는 저성장 전망은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도 마찬가지다. 한은과 KDI는 각각 지난 5월과 8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0.8%, 1.6%로 예상했다.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달 한국의 올해·내년 성장률을 각각 0.8%, 1.8%로 전망하면서 역시 '저성장' 기조를 확인했다. '2년 연속 2% 미달' 저성장 전망에 정부와 중앙은행, 국내외기관 간 이견이 크지 않은 셈이다.올해 0%대 성장률로 이미 기저효과가 쌓여 있음에도 내년 반등이 미약한 가장 큰 이유는 수출 부진이다. 정부는 민간소비(1.7%)와 건설투자(2.7%)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봤지만, 수출은 –0.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관세를 부과하고 상호보복이 이어지는 점이 결정적 요인이다.더 큰 불확실성은 반도체다. 이번 전망치에는 반도체 고율 관세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았다. 만약 미국이 실제로 관세를 부과하면 내년 성장률은 지금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실제 업계 분위기는 이미 얼어붙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공장을 짓지 않으면 반도체에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압박했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자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관세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실제로 관세가 부과된다면 성장률은 전망치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