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의 존재 유무를 따지는 일은 종교인들에겐 역린(逆鱗)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의심 자체가 이미 불경(不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 돼지, 소나 말 같은 가축들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인간은 가축을 잘 다루기 위해 다양한 꼼수를 쓰지만, 가축은 인간의 꼼수를 모르기 때문에 먹이만 주면 인간을 따르고 의지하게 된다. 물론 사람에게 핍박받던 동물이 사람에게 반항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가축은 인간에게 길들여진다.나는 여기서 신(神)을 추앙하는 두 부류의 인간상을 보게 된다. 한 쪽은 늘 핍박받으며 고달픈 삶을 살면서, 비록 이 세상의 삶이 고통스럽더라도 내세(來世)의 구원 즉, 사후(死後)의 천국을 기대하는 사람들이며, 또 다른 쪽은 스스로 신탁(神託)임을 참칭하고 신의 권능을 이용하여 사람위에 군림하며 현세의 복락(福樂)을 구하려는 부류이다. 그런데 신은 인간의 언어로 인간과 소통하지는 않을 것 같다. 따라서 각기 다른 언어를 쓰는 두 사람이 소통하려 할 때는 반드시 통역이 필요하듯이, 신과 인간 사이에도 신탁이 필요한 이유가 그것일 수 있는데, 문제는 통역이 변변치 못할 경우 전혀 엉뚱한 뜻이 전달될 수 있고 혹은 사욕(私慾)을 위하여 의도적인 거짓이 전달될 수도 있지 않을까?모든 종교에는 반드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전지전능한 대상이 존재하며 또 내세(來世)에 대한 약속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나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이성(理性)으로 미루어 보건데, 내생(來生)을 인정하더라도 내생은 이미 우리가 거쳐 온 전생(前生)과 다를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로 보이는데, 우리가 무의식의 세계에서 누릴 수 있는 복락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아무도 체험할 수 없고, 누구도 입증할 수 없는 내생에 대한 약속은 미끼로 물고기를 유인하는 낚시꾼처럼 인간을 선행으로 이끌기 위한 신의 꼼수이든가 아니면 신탁임을 자처하는 자들이 대중을 지배하기 위해 지어낸 간교한 위계일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지만, 믿거나 말거나일 뿐이다.여기서 내가 반드시 무신론(無神論)을 주장하고자 함은 아니며, 유신론(有神論)을 인정하더라도 설마 신이 간교한 신탁을 내세워 역사(役事)하지는 않을 것 같고, 인간의 성대에서 나오는 속된 어휘로 인간과 소통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신이 인간의 마음속에 이미 심어놓은 이성(理性)의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신에게 가까이 다가 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사람이 AI(인공지능)를 만들었지만, 이후 AI가 창조자인 사람의 뜻에 철저히 순종할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부여해준 자율성으로 스스로 지성을 쌓아 인간을 도로 지배하려들 것인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생명체의 본능은 신의 원시 프로그램(BIOS)이며, 그 생명체들 중에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이성(理性)은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며 자율적인 행동을 하게하는 고급 소프트웨어(AI)와 같은 게 아닌가?때문에 사람이 충분히 노력하고 학습한다면, 신뢰하기 어려운 신탁(神託) 따위를 거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신의 언어를 이해하게 될 날이 올 것이며, 어쩌면 신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난해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2000년 전부터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삶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메시아(Messiah)'를 기다려 왔지만 아직은 소식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도 기다리던 메시아가 바로 당신 자신이라면? 마치 짙은 먹구름 속에 가려진 태양처럼, 미혹(迷惑)에 가려진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자신을 구원해 줄 메시아를 숨겨 놓은 것이 바로 신의 계획이 아니었을까?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