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23일 도쿄 정상회담 직후 만찬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배려한 듯 고향 음식을 제공하며 우호 분위기를 이어갔다.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브리핑에서 "어젯밤 정상회담이 끝난 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정상 만찬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만찬은 두 정상 부부 외에 우리 측에선 위 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등이, 일본 측에서는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과 다치바나 게이이치로 관방 부장관 등이 배석했다.만찬상에는 '이시바식 카레'와 안동 찜닭, 안동 소주, 돗토리현 맥주가 나란히 올랐다. 이 대통령의 고향은 경북 안동, 이시바 총리의 고향은 돗토리현으로 두 정상 고향의 요리와 특산품을 마련한 셈이다.위 실장은 "카레를 좋아하는 이시바 총리가 이시바식 카레를 내놨다"고 소개했다. 이시바 총리가 과거 방송에서 조리법을 소개해 화제가 된 바 있는 요리다.이 대통령은 "대학 시절 내내 카레를 즐겨 먹었다"는 이시바 총리의 말에 "당시 일본 걸그룹인 캔디즈의 노래를 들으며 카레를 먹는 청년 이시바 총리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화답했다. 위 실장은 "일본이 한국을 배려한 여러 모습이 관찰됐다"며 "안동소주와 돗토리현산 맥주를 배치한 것은 한일 간 협력과 화해 의지를 내비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의 자전적 에세이 '그 꿈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의 일본어 번역판을 읽었다며 책에 서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월영교 등 안동의 관광 명소 사진을 두고서도 두 정상은 대화를 이어갔다. 이어 양 정상은 정치인 가족의 애환, 소셜미디어로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 등 공통 관심사에 대해서도 대화 꽃을 피웠다.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두 사람 다 주류 정치인이 아니었음에도 수많은 역경을 딛고 국민 선택으로 이 자리에 오른 게 공통점이라는 얘기가 오갔다"고 설명했다. 또 "'밤늦게까지 사람들이 보내는 문자에 답장하느라 잠을 못 잔다'는 이시바 총리의 말에 이 대통령은 '나도 문자를 보내느라 바쁘지만, 난 주로 일을 시키는 (문자를 보내는) 편'이라고 해 웃음을 안겼다"고 전했다.이시바 총리가 "일본 에도시대의 평화 속에서 조선통신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이 셔틀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리는 마무리됐다. 만찬 이후에도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 내외는 통역만 동반해 관저 내 다다미방으로 장소를 옮겨 식후주를 곁들여 30분가량 더 친교의 시간을 이어갔다.17년 만에 한일 공동발표문이 나온 뒷이야기도 소개됐다. 위 실장은 "급박한 일정 속에 공동문서를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 대통령이 이를 보고받고 '모처럼 셔틀외교를 재개하는 것이니 공동문서를 만드는 게 좋겠다'고 지시해 일본과 협의를 거쳐 발표문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그는 "공동선언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이나 2003년 노무현·고이즈미 선언 등 정상의 국빈 방문 계기에 주로 발표한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방일 성격은 국빈 방문이 아닌 실무 방문으로, 일각에서 '왜 선언문 형태의 문서를 채택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에 대한 답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