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방송3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방송3법 개정은 30년 넘게 이어온 '방송 장악' 논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독립성·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공영방송 정상화'임을 강조한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노조와 특정 단체의 영향력 아래 '공영방송 영구 장악'이라고 반발한다. 분명한 것은 방송3법이 언론 독립을 둘러싼 오랜 줄다리기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이다.방송3법은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와 사장 선임 방식의 변화가 핵심이다. KBS 이사회는 11명에서 15명으로 늘리되, 국회 교섭단체 몫은 6명으로 줄였다. 나머지는 시청자위원회·임직원·방송학회·변호사단체 등이 추천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도 13명으로 증원된다. 이사 추천권은 학계·직능단체·시청자위 등으로 분산된다. EBS는 교육부와 교육계가 참여하는 다원적 구조로 전환된다. KBS·MBC·EBS는 이사회 산하에 '사장 후보 국민추천위'를 둬야 한다. 연합뉴스TV·YTN 등 보도채널은 사장 선임을 위한 추천위를 구성해야 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영국의 BBC는 정부가 이사회 의장과 일부 이사를 임명하지만, 임명 과정에서 공개 심사와 독립성 보장 장치가 마련돼있다. BBC의 전반적인 운영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독일의 ZDF도 정당·시청자·사회단체가 고르게 참여하는 이사회 체제를 갖추고 있다. 미국의 PBS는 민간 기부와 지방정부 지원에 의존하며, 연방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이들 사례는 각국의 정치 문화와 미디어 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정치권력으로부터 확실한 견제 장치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방송3법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방송3법의 하위 규정이 정비되면 공영방송들은 3개월 내에 새로운 이사회 구성과 보도 책임자를 선임해야 한다. 아무리 정교한 제도를 설계해도 운영 주체들이 케케묵은 관행과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형식만 바뀐 채 본질은 그대로일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은 권력에 종속된 '나팔수'가 아닌 시민의 목소리를 키우는 '확성기' 역할을 해야 한다. 진정한 방송 독립은 법조문보다는 구성원들의 실천 의지에서 나온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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