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재계의 국무총리'로 불리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자리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총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보로 거론되던 기업 총수들이 한결같이 손사레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전경련이 회장으로 추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끝내 회장직을 고사한데 이어 강력한 대안으로 거론되던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마저 전경련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게다가 지난 24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들도 한결같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재계 안팎에서 전경련 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 등은 전경련 회장직에 대한 의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사의지를 밝혔다. 이처럼 그동안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총수들이 거절의사를 밝힘에 따라 다음달 24일 전경련 총회때까지 차기 회장을 결정하지 못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병절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지난 13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 직후 추대위원회를 만들어 후보군을 추리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진 이렇다 할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관련 전경련 한 고위관계자는 "아직 후보군은 정해지지 않았고 접촉할 단계도 아니다"며 "고문단 등과 어떤 인물이 좋을지 얘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그동안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이들이 모두 고사의지를 밝힘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오너 회장이 아닌 제3의 인물을 대안으로 천거하자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이와관련 과거 전경련 부회장을 지낸 손병두 KBS 이사장이 거론되기도 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에서도 경력을 쌓고 전경련 부회장으로 중량감 있게 활약해온 손병두 이사장에 대해 4대그룹 중 일부에서 차기 회장감으로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전경련 측은 "외부 전문경영인을 회장으로 세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전경련이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회장으로 영입하지 않는다면 결국 강신호 전 회장, 조석래 회장 등 전경련 원로들로 구성된 고문단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기업 총수들을 물색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당수 총수들이 이미 고사의지를 밝힌 상황이라 자칫하면 전경련 차기 회장 선임은 2월 총회 이후로 미뤄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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