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30일 증세 없이 보편적 복지를 위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튿날인 31일에도 여전히 증세의 필요성을 놓고 이견이 대립됐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3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당 '보편적 복지 재원조달 방안 기획단'이 발표한 복지 재원 확보방안과 관련해 "복지정책 추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라며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했다.
손 대표는 이어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우리의 행진이 시작됐다"며 "재정개혁과 부자감세 철회 등의 조세개혁, 건보개혁 등을 통해서 새로운 세목의 증설이나 급격한 세율의 증가 없이 우리의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또 앞으로 세부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데 대해 "당 내외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한다"며 "민주당의 힘은 다양성과 이에 기초한 통합에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부유세를 통한 복지 재원 마련을 강조하는 정동영 최고위원은 "봉황을 그려야지 참새를 그려서는 안된다"며 증세 논의를 배제한 당 지도부에 일침을 놨다.
정 최고위원은 당이 발표한 방안에 대해 "절차와 내용의 두 가지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전에 제기한 복지특위 구성이 이뤄지지 않은 채 기획단이 꾸려졌다는 점을 들어 "특위 뒤에 있어야 할 재원 TF가 '마차가 말 앞으로 온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 정부에 소통 부재를 질타하면서 우리는 국민과 과연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느냐"면서 "우리 당의 노선과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특히 당내 소통과 더불어 국민 각개 각층과 열린 자세로 지금부터라도 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민주당은 국민 앞에 조금 더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지금 봉황을 그리고자 한다. 그런데 참새를 그려서는 안된다"는 말과 함께 당 내외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토론을 제안했다.
이에 정세균 최고위원은 당내의 충분한 논의를 요구하면서 다소 중간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정 최고위원은 "국민의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증세다. 그 형태가 세율을 조정하는 것이든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것이든, 세목을 신설하는 것이든 국민 부담이 늘어나면 증세"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상황이 제대로 표현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단지 부자감세, 재정개혁을 통해서(복지재원을 마련할 것인지), 아니면 세목을 신설할 것이냐, 이런 점을 갖고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 당내에서 충분하게 의견을 내서 조정하는 것이 옳다"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만 주장할게 아니고 상대방의 주장도 경청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어제 우리 당의 TF(기획단)에서 당의 입장을 발표한 점이 필요했다고 인정을 하면서도 좀 더 당내에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절차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불필요하게 당내에서 갈등처럼 비춰져 민주당에 신뢰를 떨어트리는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부유세에 찬성 입장인 천정배 최고위원도 "무상급식과 같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안과 앞으로 5년, 10년, 15년을 두고 차근차근 재원을 마련해 실천할 과제를 서로 잘 구분해가면서 논의해간다면 당내에서 크게 마찰이 일어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단기적인 과제와 중장기적 과제를 구분해 차분히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같은 논쟁에 박주선 최고위원은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통한 세원 확보를 강조하면서, 재원 논란에 관해서는 정부·여당을 겨냥해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국가안보가 제1국방이라면 보편적 복지는 국가를 보전하기 위한 제2의 국방"이라며 "그래서 재원마련을 위해 현 상황에서라도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누락된 세원과 포탈된 세금이 너무 많다"며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40조원의 새로운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런 노력은 포기하고 관심을 두지도 않으면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복지에 대해서는 무조건 비아냥거리고 비판하는 정권과 한나라당이 국민을 위한 정권이고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