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감포읍의 감포항은 동해안의 대표 어항이다. 신라시대부터 해상 교통과 어업의 거점 역할을 해 왔으며 경주 왕경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여서 일본과의 교역과 해양 문화 교류의 관문으로 이용됐다. 따라서 감포항을 통한 문물 유입과 해양 활동이 활발히 이뤄졌으며 조선 시대에도 어업과 연안 교역이 이어졌다.감포항은 1925년 지정항으로 출발해 어업과 해상 운송의 근대적 기반을 갖췄다. 이후 수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참가자미. 오징어, 문어, 멸치, 대게 등이 대량으로 어획·유통됐고 위판장과 어항 시설이 들어서며 경주 동해안 수산업의 핵심 항구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발전을 바탕으로 감포 지역은 1937년 감포읍으로 승격돼 행정적·경제적 중심지로 도약했다. 지난해 개항 100주년을 맞은 감포항은 개항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려 감포항의 100년 역사를 되돌아보고 지역 어업·관광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감포항은 단순한 어업 기지를 넘어 관광형 어촌으로 발전하고 있다. 항구에는 활어 위판장과 직판장이 운영돼 관광객들이 신선한 해산물을 직접 구매하고 즐길 수 있으며 인근에는 문무대왕릉(수중릉), 감은사지, 해변이 아름다운 해수욕장 등이 있어 역사와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감포항에 위치한 감포수협활어직판장은 2015년 8월에 개장해 10년의 역사를 넘겼다. 직판장이 있는 자리는 국유지로 경주시와 경주수협이 예산을 투입해 건물을 마련하고 해양수산부로부터 2027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무상 사용 수익기관으로 인정받았다. 건물이 완공된 후 수협은 직판장을 임대로 전환하고 10개 점포를 유치해 개장했다. 현재 활어를 판매하는 점포 9개와 건어물을 판매하는 점포 1개가 입점해 있으며 2층에는 3개의 초장집이 운영되고 있다. 개장되면서 곧바로 상인연합회가 결성돼 자치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감포수협활어직판장은 인근의 양남면 읍천어촌계활어직판장과 울산 북구 정자동의 활어직판장과 견주어 가장 활성화 돼 있다. 우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감포항에서 잡힌 품질 좋은 수산물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싼 가격으로 판매한다. 또 감포항의 어업인들의 어선이 활어를 바로 공급하기 때문에 신선도가 월등하다. 정치망 어선에서 잡은 고기들을 수협을 통해 위판된 활어들이 직판장에 바로 공급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넓은 주차장이 확보돼 있고 초장집이 한꺼번에 1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있어 단체회식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이뿐만 아니라 초장집에서 넓은 창을 통해 바라보이는 감포항의 전망이 일품이다.
감포수협활어직판장은 인근 도시의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 입주 점포들은 경기가 어려운 현실에서도 나름대로 소상공인으로 만족할 만한 판매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직판장에서 주로 팔리는 어종은 참가자미, 참도다리 등이며 정치망 어선에서 잡힌 활어들도 골고루 팔려나간다. 감포항의 작은 어선들과 직판장이 상생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소비자 만족도도 높다. 가격이 일반 횟집의 70% 수준으로 형성돼 있고 신선도는 오히려 뛰어나 외면할 이유가 없다. 인근 도시의 시민들과 감포를 찾아 지역의 숙소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은 직판장을 들러 횟감을 포장해 구매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비율은 전체의 약 35% 정도다.
감포수협활어직판장은 시설과 설비가 낡아 새로운 환경을 조성해야 할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 변신은 쉽지 않다. 2027년이면 해수부로부터 인정된 무상 사용 수익기관 사용 연한이 끝난다. 또 수협과 직판장 상인들이 맺은 임대계약도 만료된다. 수협이 해수부로부터 사용 연한을 연장받는다 하더라도 직판장의 건물 자격은 국유지에 대한 ‘무상 사용 수익기관’에서 ‘사용기관’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국유재산법 제30조 ‘사용허가’조항에 따라 수협이 직영해야 한다. ‘공용·공공용·기업용 재산으로 사용허가를 받은 자는 그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사용·수익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 때문이다.상인들은 계약을 연장해서 계속 영업을 하고 싶어 하지만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상원 상인연합회장은 “2027년이 되면 상인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명소 하나도 사라지게 된다”며 “해수부와 수협이 잘 협의해 재계약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이라도 낙후된 시설을 개선하고 소비자들에게 더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싶지만 그 문제가 있어 아무 일도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과 상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소비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더 나은 서비스와 정직한 판매를 통해 소비자들이 나서서 직판장의 존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이상원 회장은 “지금도 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우리 지역의 가장 큰 기업인 한수원이 더욱 감포 직판장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소비를 활성화하는데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며 “감포를 상징할 수 있는 포토존 설치를 지원해 준다면 좀 더 나은 환경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