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고성과 통영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AKS·원장 김정배)이 AKS 인문총서 첫번째로 '승총명록으로 보는 조선후기 향촌 지식인의 생활사'를 펴냈다.
'승총명록'은 조선 영조 때 학자인 월봉(月峰) 구상덕(1706~1761)이 1725년(영조 2)부터 1761년(영조 37)까지 만 37년간 작성한 일기다.
영·정조대는 조선시대 중에서도 가장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가 발전되고 문화가 꽃핀 시기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승총명록'에 드러난 영조대의 고성과 통영의 모습은 짐작과 판이하다.
해마다 가뭄과 물난리가 반복되고 거듭되는 흉년으로 굶어죽거나 돌림병으로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거리에 즐비했다. 굶주린 맹수들이 민가를 습격해 소나 돼지 같은 가축, 심지어 사람까지 다치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승총명록'에 나타난 조선 후기인들은 끈질기게 삶을 이어왔다. 그들 삶의 내면에는 어떠한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도도히 흐르는 그 무엇이 있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끊어지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 가는 유연한 강인함이다.
구상덕과 비슷한 시기에 경상도 상주에는 권상일, 전라도 흥덕에는 황윤석이 살았다. 그러나 권상일의 '청대일기'와 황윤석의 '이재난고'에는 인물들의 계층과 사물을 보고 이해하는 관점이 다르게 나타나 있다. 앞으로 이들이 쓴 일기에 대한 비교 연구는 조선후기 사회와 문화를 보다 풍부하게 살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리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옥영정 외 5인 지음, 262쪽, 1만4000원, 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