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은 바다와 함께 살아와서 풍어제를 빼놓을 수 없다. 신에게 제를 올리고 나면 마음이 한결 놓이고 마을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   경주시 양남면 읍천항에선 지난 20일, 온 마을이 들썩이는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2025 읍천리 풍어제(별신굿) 마을 안녕 기원제’가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가을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어민들의 간절한 기원을 담아 항구를 가득 메운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열기 속에 치러졌다.   읍천1리 풍어제 추진위원회 주관으로 김월곤 읍천1리 마을 이장, 조현국 어촌계장 등이 풍어제를 기획해 진행된 이번 축제는 바닷가 마을의 오래된 전통을 되살려 바다의 신께 감사하고 한 해의 풍어와 무사고를 기원하며 성대히 열렸다.   고즈넉한 어촌이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였던 이날, 어업인과 지역주민 등이 자리를 꽉 채워 축제의 열기를 가늠케 했다. 풍어제 기간에는 이곳 주민뿐만 아니라 환서리, 신서리, 상계리, 나아리 등 인근 주민들과 관광객도 참석해 평안을 빌었다.   이번 풍어제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21호 동해안 별신굿 명예보유자 김영희 선생을 필두로, 제23호 부산 기장 오구굿 기능 보유자 김동언, 동해안 별신굿 이수자 김영은 등 20여 명의 무형문화재 보존회원들이 출연해 돌아가면서 노래와 춤, 사물놀이가 어우러진 굿판을 벌였다.    굿마다 주제가 달라 바다의 평안과 풍어, 가족의 안녕, 그리고 마을의 화합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흥이 오른 주민들은 굿판으로 나와 춤을 추거나 추임새를 넣으며 축제를 함께 즐기기도 했다. 단순한 제례를 넘어, 마을 부녀회가 음식 부스를 운영해 방문객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는 등 마을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즐기는 풍성한 축제 한마당이었다.   또 바다마을의 원형 문화를 잘 간직한 풍어제 기간 동안 읍천항 어귀에 정박중인 선박들에는 형형색색 무기를 걸어두었다.   읍천1리는 절반 이상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국가 1종 어항으로 내항과 외항이 구분돼 있다. 내항에는 소형 선박이, 외항에는 중대형 선박이 정박하고 있는 어촌마을이다.    어선은 33척이며 주어획물은 문어, 고동, 삼치, 각종 잡어 종류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나잠 어업을 하는 해녀들은 17명으로, 다양한 어패류들을 채취해 마을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이 어촌마을도 풍랑과 해난이 잦았던 탓에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용왕과 바다신에게 제를 올리는 풍어제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을 빌어왔다.   김월곤 읍천1리 마을 이장은 “풍어제는 안전과 풍어를 비는 의미에 더해 마을 공동체의 전통을 되살리는 문화행사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3년마다 열리는 ‘읍천풍어제’는 약 60여 년 전 시작돼 바다를 터전 삼아 살아온 읍천리 주민들의 민속 신앙과 염원이 어우러진 마을 축제로 치러지고 있다.   그 당시는 마을의 풍어와 만선을 기원하고 안전한 조업을 위해 마을 어르신들이 뜻을 모아 매년 제를 지내왔다고 한다. 지금은 양남면 일대에서 수렴리와 더불어 동해안 별신굿 전통을 이어가는 대표 풍어제로 꼽힌다.   지금은 첨단 기상 정보로 위험에 대비하는 것에 비해 당시는 무동력 어선이 대부분이었기에 각종 조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 안전하게 조업할 수 있도록 풍어 및 안전기원제를 올리게 된 것이다.   풍어제 현장에서 만난 조현국 읍천1리 어촌계장은 이 항구의 오래된 주민이기도 하다. 그는 풍어제를 ‘마을의 약속’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읍천리 풍어제의 기원과 유래를 전하며 “그동안 여러 여건과 시대적 변화에 따라 풍어제가 그 맥을 줄곧 계승하지 못하고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다”면서 “이에 풍어제의 전통을 계승하고 마을 주민의 뜻을 모아 3년 주기로 제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계장은 이번 풍어제를 통해 젊은 층에도 전통 축제에 대해 환기시키고 다음 세대에도 이 축제가 전승되길 바랐다. 바아흐로 읍천리 풍어제는 이미 무속 의례를 넘어 공동체 신명제로 진화하고 있었다.   월성원자력본부도 수렴리의 풍어제에 깊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월성본부 관계자는 “읍천리 풍어제는 단순한 지역행사가 아니라 동해안 어촌의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지역문화 계승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폴란드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풍어제의 여러 면모들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는 “이곳 읍천리 풍어제에는 여러 번 참석해 한국의 전통적 풍광을 촬영하고 있다. 이곳의 특별한 문화 자산은 매우 아름답고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읍천 풍어제 시작의 굿판 흥을 끌어 올린 이는 동해안 별신굿 보존회 이수자 김영은(39) 씨였다. 그는 이곳에서는 처음 선을 보이는 젊은 무속인으로 이번 굿판의 시작을 주도했다.   '내림을 받지 않고 학문적으로 굿을 공부해 온 케이스'라는 그는 동해안 별신굿을 전승하는 젊은 세대로서의 사명감을 드러냈다.   “굿판은 단순히 무당이 춤추는 자리가 아니라 주민들이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바다에 대한 존중, 그리고 서로의 안녕을 비는 마음이 모이는 자리”라면서 ‘골매기 굿’, 즉 이 마을을 수호하고 있는 위·아래 당산 골매기 성황님들을 동참시켜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며 시작하는 굿판을 벌였다"고 했다.   “정성을 드릴 테니 마을 자손들에게 좋은 일들이 가득하도록 도와달라는 기원을 담아 진행했다”는 그는 갑자기 쏟아졌던 비바람에도 ‘시원한 파도 소리 들으면서 기분 좋게 시작했다’면서 굿을 통해 마을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 가장 벅차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는 굿을 낯설어하지만 막상 참여하면 신명을 내고 마음을 연다. 바로 우리가 전통을 잇는 이유”라고 말했다. 북과 장구, 징소리가 어우러지고 무당의 구음에 맞춰 주민들이 한데 어깨를 들썩였던 풍어제는 단순한 제례가 아니라 마을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공동체 축제였다.   읍천리 한 주민은 “우리 마을은 바다와 함께 살아왔다. 예전엔 큰 풍랑이 오면 배와 사람이 함께 사라지기도 했다. 그래서 풍어제를 빼놓을 수 없다. 제를 올리고 나면 마을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어민의 이 말처럼 읍천항 바다는 오늘도 파도 위에서 사람들의 기도 소리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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