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떡볶이 페스티벌’이 ‘스마트+친환경’ 운영을 내세우며 전국 분식 축제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 QR 기반 주문 시스템과 다회용기 사용, 지역 상권 협업 등 혁신적 운영 방식을 도입해 단순한 먹거리 행사를 넘어 지속 가능한 ‘K-푸드’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했다.‘제5회 대구 떡볶이 페스티벌’은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대구 iM뱅크파크에서 열렸다. 대구 북구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전국의 인기 떡볶이 브랜드와 지역 분식점들이 참여했으며 사흘간 30만여 명의 관람객이 몰려 ‘K-푸드 축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축제는 ‘여기는 대한민국 떡볶구’라는 슬로건 아래 ‘레트로(복고)’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단순한 먹거리 장터를 넘어 음악, 놀이, 체험을 결합한 ‘감성형 문화축제’로 기획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주무대에서는 레트로 가요제와 공연이 이어졌고, 뽀기랜드의 미니 놀이기구와 롤러스케이트장 등 추억을 되살리는 체험존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먹거리 분야에는 대구의 신천황제떡볶이·신참떡볶이·김민경의 섹시한 떡볶이(서문시장)를 비롯해 부산·경기·원주·제주 등 전국 29개 전문업체와 푸드트럭 10대, 식음 부스 8곳 등 총 47개 업체가 참여해 다양한 스타일의 떡볶이를 선보였다. 특히 두끼 김관훈 대표가 선보인 ‘초대형 철판 웰컴 떡볶이’(2025인분) 나눔 퍼포먼스는 100m가 넘는 대기줄을 형성하며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운영 측면에서는 올해 처음 도입한 QR 기반 주문·결제 시스템이 눈에 띄었다. 체크인 후 발급받은 개인 QR코드로 주문·결제·이벤트 예약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 대기 시간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경주에서 온 방문객 황소윤(29) 씨는 “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어 여러 부스를 골고루 맛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스마트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을 위한 카드·현금 결제 병행 보완책은 내년 행사 과제로 남았다.
또 해외 방문객의 참여가 크게 늘었다. 넷플릭스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국 분식에 관심을 가진 교환학생과 관광객들이 몰렸다. 헝가리 교환학생 메사로시 터마시(23)씨는 “드라마에서 보던 떡볶이를 직접 맛보니 신기하고 맛있다”고 했고, 아르헨티나 유학생 알레한드로 파레데스(31)씨는 “매운맛이 힘들지만 멈출 수 없다”고 웃었다.
특히 케데헌 콘셉트의 글로벌 라운지 연출이 눈길을 끌었다. 갓을 비치한 외국인 전용 휴게공간에는 전문 통역사 5명이 배치됐지만, 외국인들은 축제장을 돌며 떡볶이를 즐겨 이용률은 낮았다. 주최 측은 내년 행사부터 단순 라운지 운영이 아닌 ‘떡볶이 만들기·한국문화 체험’ 등 참여형 프로그램을 도입해 자연스럽게 라운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주최 측은 지역 상생과 친환경 운영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3無(공식행사·바가지요금·일회용기)·3有(삼대 방문·획기적 주문시스템·상가 협업)’ 콘셉트로 가격 조율과 다회용기 사용을 확대했다. 행사 관계자는 “공식 행사를 폐지하고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가격을 조율해 바가지요금을 막았으며, 다회용기 사용으로 폐기물을 줄이는 등 지속 가능한 축제를 지향했다”고 설명했다.또 행사장 내 FC 입점 상가와 협업해 맥주·음료 부스를 운영하고, 상가 영수증을 제시하면 떡볶이 쿠폰을 지급하는 등 지역 상권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참가업체들 역시 수익금 일부 기부 의사를 밝혀 ‘지역 환원형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현장에서는 삼대(三代)가 함께하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아 세대 통합의 장이 됐다. 대구 동구에서 온 조명희(63)씨는 “손녀에게 줄 뽀기 굿즈를 받으려 사흘째 왔다. 주제관 영상을 여러 번 보고 문제를 풀어 굿즈를 얻었을 때 옛 추억이 떠올라 더 기뻤다”고 말했다. 뽀기 굿즈는 판매가 아닌 이벤트 참여로만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 또 서울에서 온 양미경(57)씨는 “오랜 친구들을 우연히 만나 ‘대한민국 사람이 다 모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30만여 명의 인파 속에서도 분실물을 찾은 사례를 들며 축제의 완성도를 평가했다.운영 인력 측면에서도 북구청 공무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돋보였다. 공무원 차출 제도를 폐지하고 신청제로 운영했음에도, 다수의 직원이 자발적으로 근무를 신청해 봉사정신을 발휘했다. 일부는 '뽀기' 인형탈을 쓰고 시민들을 맞이하기도 했다.예상보다 많은 관람객이 몰리면서 일부 소규모 참가업체는 재료 부족으로 조기 매진되는 아쉬움도 있었다. 주최 측은 향후 참가업체 부담 완화와 물류·인력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마지막 날 열린 ‘보이는 라디오’ 코너에서는 배광식 북구청장이 2002년 월드컵 당시 개인적 사연을 소개해 현장에 감동을 더했다. 배 구청장은 “그 90분의 기억이 제 삶을 이어주는 희망이 됐다”며 “저 역시 여러분의 꿈을 이루는 데 계속 매진하겠다”고 말했다.이번 페스티벌은 단순한 먹거리 축제를 넘어 지역 경제·문화가 결합된 복합형 축제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다. 레트로 콘셉트,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 QR 기반 스마트 운영이 조화를 이루며 ‘현장성’과 ‘확산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북구 관계자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운영을 보다 촘촘히 보완하고 참가업체 지원을 강화해 방문객 편의와 지역 상생 효과를 높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