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1922~2002) 스테파노 추기경의 선종 2주기인 16일 오후 6시 서울 명동대성당으로 신자 등 1700여명이 운집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과 사제단의 공동 집전으로 추모 미사가 봉헌됐다.
정 추기경은 "우리는 김 추기경님을 단순히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을 넘어 그분께서 남기신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기억하고 실천할 것을 다짐해야 한다"면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되었던 김 추기경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리운 것은 우리가 잊고 있던, 인간의 깊은 마음 속에 있는 사랑의 고귀한 정신을 일깨워줬기 때문"이라고 추모했다.
정 추기경은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그 기본을 '믿음'과 '사랑'으로 정의했다. "김 추기경은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원했고, 그래서 사람들과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전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도 즐겨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믿음과 사랑을 기본으로 하는 대화야 말로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모든 이를 하나로 만들어 준다"며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갈등과 분열을 해결하기 위해 김 추기경의 삶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추기경의 생애를 되돌아보며 사랑의 참 의미를 되짚었다. "김 추기경이 평생 가장 가치 있게 추구했던 것은 인간 사랑이었다"며 "김 추기경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엇보다 인간 사랑과 존엄성 수호를 가장 강조했다"고 특기했다.
아울러 "김 추기경은 삶을 통해 몸소 인간 사랑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줬다"며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고, 그들에게 다가가 먼저 그들의 손을 잡아줬다"고 전했다. 또 "김 추기경은 정의를 외쳤지만 그 근본은 항상 사랑이었다"며 "김 추기경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었다"고 강조했다.
정 추기경은 신자들에게 김 추기경을 모범으로 삶의 방향을 정할 것을 조언했다. "김 추기경의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라는 말은 하느님이 김 추기경을 통해 교회뿐 아니라 이 시대 사람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 알려준 것"이라며 "우리 모두 김 추기경이 남긴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아집과 이기심과 욕심에서 벗어나 사랑과 나눔의 정신으로 마음의 눈을 떠야한다"고 짚었다.
김 추기경이 안장된 경기 용인 천주교공원 성직자 묘역에서는 이날 오후 2시 신자 등 1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와 사제단의 공동 집전으로 추모 미사가 거행됐다. 또 명동성당 들머리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김 추기경이 설립하고 초대 이사장을 지낸 한마음한몸운동본부(본부장 김용태 신부) 주최로 김 추기경 추모식과 더불어 '희망의 씨앗심기' 선포식이 열렸다. 본부는 이 자리에서 조혈모세포기증·장기기증·헌혈증 기부 신청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