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오는 2013년까지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대해 친환경 전기강판 생산규모를 160만t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전기강판을 생산하는 만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23일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생산하는 친환경 전기강판을 2013년까지 160만t 규모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 생산해 미래 성장 동력 발판 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전기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글로벌 수요 확대에 대비한 선투자 전략의 하나다.
철강을 생산하는 포스코로서는 철을 이용해 소비재를 만드는 여러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전기강판은 조선용후판, 자동차강판, 가전강판, 스테인리스 등의 다양한 철강제품 중 하나지만 이름만으로 어떤 제품인지 유추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전기강판은 최근 친환경시대를 맞아 친환경차, 신재생에너지 소재 등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해외 국가들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추진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글로벌 수요확대에 부응한 미래경쟁력 확보
최근 세계 각국 정부는 에너지 소비 절감을 위해 전력의 발전, 송배전에 사용되는 변압기 및 중전기기와 가전제품 등에 대해 에너지 효율 등급 규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점차 등급 기준도 상향 조정해 적용하는 추세다.
단적으로 일본에서는 탑 러너(Top Runner) 방식을 통해 1999년 대비 에너지 소비 효율이 30% 이상 개선된 변압기만을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지구환경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도 맞물려 전기강판의 기능성은 앞으로 점점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재 개발은 물론 이용기술 연구도 더욱 진전을 보일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업계에서도 친환경차의 급부상으로 에너지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재인 전기강판 개발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늘고 있다.
이같이 전기강판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포스코는 선재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기강판을 생산하고 있는 포스코는 포항에서 연간 100만t, 중국 광동에서 연간 30만t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11월에는 인도 뭄바이 인근 마하스트라 빌레바가드 산업단지 내 연간 생산량 30만t 규모의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장을 착공한다. 이렇게 되면 2013년에는 연간 총 160만t의 전기강판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게 돼 미래경쟁력을 확고히 다질 수 있게 된다.
인도에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전기강판 수요가 많은 글로벌 자동차사들이 밀집한 공단 인근에서 적시에 공급하기 위한 조치다.
◇친환경차 필수소재로 사용
최근 친환경 자동차라 일컬어지는 HEV(하이브리드차)나 EV(전기차)를 위한 전기강판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이들 자동차가 에너지 효율을 증가시키기 위해 유압이나 엔진에 의해 구동되던 부분들을 모터가 상당부분 대체해 전기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을 증가시키는 노력이 진행되는 이유는 가정과 산업에서 자동차만큼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계도 드물기 때문이다.
하루 한 두 시간 자동차를 운행하는 비용이 아파트 난방비와 맞먹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자동차 효율 증가가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데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하는지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1990년대 승용차 1대당 사용되던 모터는 30여 개에 불과했지만, 현재 고급 승용차는 1대당 120여 개의 모터가 사용된다. 모터 사용 범위가 확대되는 한편 크기는 작아지고 소음은 줄어들고 있다. 한정된 에너지원 및 공간에너지 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보다 효율이 좋고 자기적 특성이 강한 모터가 요구되는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기강판 사용은 불가피하다.
그만큼 친환경차에 쓰이는 전기강판의 개발 역사는 자동차의 역사만큼이나 짧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차가 인기를 얻으며 자동차 업체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업체들에 따라 요구하는 제품도 다양해 졌다. 높은 강도나 얇은 두께, 손실이 적은 특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다양한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 자동차 회사들조차 전기강판의 어떤 특성이 자신들의 자동차에 적합한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역으로 철강사에 제품을 제안해보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이같은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포스코는 2년 전 기술연구원에 EM-ES(친환경자동차용 전기강판, Eco-Motor Electrical-Steel) 연구프로젝트팀을 꾸리기도 했다. 현재까지 연구팀에서 개발한 것은 4개 제품군 총 11종류다. 여기에는 가공성이 뛰어난 제품, 철손(철심의 자기저항에 의한 에너지손실)이 낮은 제품, 자속밀도(공급되는 단위 전기에너지당 자기에너지 발생량)가 뛰어난 제품, 강도가 높은 제품 등이 포함된다.
연구팀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현장 부서들과 협력해 도전적인 기술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또 송도제품이용연구센터, 마케팅 부서와 함께 이러한 제품들을 실제 고객사 모터에 적용했을 때의 특성들을 정밀하게 계산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10여개 국내외 자동차사들과 EVI(조기 고객맞춤 서비스, Early Vendor Involvement) 활동을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는 전기강판
전기강판은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용도를 보면 없어서는 안 될 소재다. 타 철강제품들은 주로 외부소재로 쓰이지만 전기강판은 내부소재로 쓰이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아 이해하기 어렵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모터의 철심이 되는 제품이다.
철은 우리가 알고 있는 원소 중 자석에 가장 잘 붙는 특성(강자성)을 가지고 있어 자석의 힘(자기력)을 이용해 기계장치를 움직이려 할 때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선풍기 모터 속 구리선으로 감겨진 무거운 철심이 전기강판이다. 구리선에 전기를 흐르게 하면 여기서 나온 약한 자기력을 철심이 몇 천 배 증폭해서 모터를 돌리게 된다. 전기장치에 철심이 사용되는 이유다.
모터를 만들 때 아무 철이나 가져다 써도 선풍기는 돌아간다. 그러나 이 경우 전기가 불필요하게 많이 소모된다. 이는 철 내부의 불순물을 낮추거나 규소 등을 첨가해 전기저항을 증가시켜 감소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개발된 제품이 전기강판이다.
전기강판이 친환경 제품이라고 언급되는 이유도 이처럼 에너지 저감과 필수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