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북구 기계면 남계리에 위치한 향토문화유산 ‘안국사지’에서 고려~조선시대 사찰 관련 유구와 유물이 확인됐다. 특히 대형 판석을 결구해 만든 석제 수조가 출토돼 학술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포항시는 국가유산청이 추진한 ‘2025년 매장유산 긴급발굴조사 지원 사업’을 통해 안국사지에 대한 긴급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찰 건물지와 석축 등 다수의 유구를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수해와 산사태 위험, 도굴 우려가 큰 유적의 보존 대책 마련을 위해 복권기금을 재원으로 진행됐다.조사 결과 사역 전반에서 건물지와 관련된 유구 32기가 확인됐다. 석축과 석조, 기단 등 대부분의 유구는 조선 후기 문화층에서 출토돼, 안국사지가 마지막으로 기능했던 시기는 조선 후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다만 지표 조사 과정에서 고려 말~조선 초기 유물이 확인됐고, 석축 하부에서도 불에 탄 흙과 돌로 쌓은 구조물이 연속적으로 발견돼 조선시대 이전 문화층이 잔존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이번 발굴에서 가장 주목되는 성과는 사찰 내 석제 수조의 확인이다. 수조는 폭 약 3.5m, 너비 2.6m, 높이 1.3m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형 구조물로, 사찰에서 식수 공급이나 취사 등 생활용수로 사용됐을 것으로 보인다.일반적으로 국내 사찰 유적에서 확인되는 수조는 하나의 돌을 깎아 만든 일체형 구조가 많은 반면, 안국사지 수조는 대형 판석을 결구해 조성한 가구식 구조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하단부에는 반원형 유수구도 확인돼 체계적인 물 관리 시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문헌 기록에 따르면 안국사지는 신라 소지마립간(479년) 시기에 창건된 사찰로 전해진다. 조선 영조 33년(1757)에 간행된 ‘신라운주산안국사사적’을 비롯해 ‘동경잡기’, ‘범우고’와 조선 중·후기 고지도에도 지속적으로 등장해 역사적 중요성이 큰 유적으로 평가된다.또한 안국사지는 구한말 산남의진(山南義陣) 1대 대장 정용기가 이끈 항일 의병 활동의 근거지로 활용됐으나,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방화로 사찰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포항시는 안국사지를 2024년 향토문화유산(기념물)으로 지정한 데 이어, 이번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학술적 가치 정리와 함께 보존·활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삼국시대 사찰 유적과 항일 의병 전장의 의미를 함께 담은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포항시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안국사지의 역사적 가치와 보존 필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안국사지를 지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거점 공간으로 체계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