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주재 총영사관에 근무하던 한국 외교관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외교부 인사자료 등을 유출한 것으로 알려진 덩신밍(鄧新明·33)씨의 실체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그녀와 10년이나 함께 살아온 남편조차도 그녀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그녀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그녀가 중국 상하이시 고위층과의 면담을 조율하는 등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점과 외교부 사이트의 아이디로 외교부 자료를 열람했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일급 스파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단순한 남녀관계가 목적이었다면 사람의 환심을 사는데 중심을 두었겠지만 이번 사건은 사람보다는 그 사람(영사관 직원)의 정보를 목적으로 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사관이라는 특정장소의 여러 남자들과 관계를 맺었다는 점에서 그녀는 직책에 따라 접근 가능한 정보 등을 노렸을 것"이라며 "브로커 업무는 정보를 얻는 것에 플러스알파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남윤호(27)씨는 "덩씨는 스파이나 로비스트 같다"며 "그녀의 신분에 대해 10년 가까이 살아온 남편도 잘 모른다고 했을 정도로 그녀의 실체가 베일에 싸여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최경록(25·여)씨는 "단지 개인적인 취미로 보기에는 너무나 목적성 있는 정보를 수집했다"며 "한국 샐러리맨과 결혼한 여성이 중국 최고 권력층과의 만남을 주선할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에 의문점이 든다"고 설명했다. 반면 스파이로 보기에는 그녀에 행동에서 어설픈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 등을 내세워 '단순 사기꾼'이라는 주장도 일고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현재까지 볼 때 외교관들의 부조리로 인해 발생한 일종의 사기사건으로 보인다"며 "스파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스파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언론에서 스파이라고 몰아가는 경향이 적지 않다"며 "사건이 확대되면서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는데 확인되지 않은 추측들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송병호(29)씨는 "덩씨가 독일의 마타 하리 같은 스파이였다면 많은 사람들 보다는 한 사람에게 핵심 정보를 빼냈을 것"이라며 "스파이 보다는 이권 개입을 통한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조홍래(24·여)씨는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벌어진 스파이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드러나는 정황이 부족한 면이 많다"며 "스파이라면 자신의 신분 노출을 꺼려했을 텐데 현재 유포된 사진이 많은 것으로 보아 전문 스파이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누리꾼들도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을 통해 덩씨의 정체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Soulmusician'은 "영부인 전화번호와 한국 핵심 정관계인사 200여명의 전화번호 그리고 대통령의 중국방문 시 이동 통로까지 유출됐다"면서 "이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스캔들이 아닌 정보유출사건이며 동시에 덩씨가 중국 간첩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모씨도 "전문스파이는 아닐지 몰라도 스파이와 연락하는 관계일 것 같다"며 "첩보나 정보를 받아 다른 기관에 파는 인물인 것 같은데 확실하게 조사하고 처벌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좋은한국님'은 "영사들이 비자 장사를 할 수 있는 중국에 더 오래 있으려고 하는 심리를 이용해 덩씨가 적당히 사기 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cultureshock'는 "(덩씨는)한국 측에는 중국 이름을 팔고 중국에는 한국 영사 이름을 팔고 브로커 짓을 하다가 불법적인 일까지 서슴지 않은 사기범"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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