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공식 국명은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다. 이란의 통치 이론인 벨라야테 파키(Velayat-e Faqih)는 '이슬람 법학자에 의한 통치'를 의미한다. 대통령과 국회가 존재하지만, 그 위에 신의 대리인인 최고지도자가 군 통수권, 사법권, 혁명수비대까지 장악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현대 정치사에 유례없는 기묘한 체제, 공화국의 외피를 쓴 신정(神政) 국가다. 1979년 2월 이란 혁명은 '이슬람 혁명'으로 불리지만, 종교는 수단이었을 뿐 목적이 아니었다. 혁명의 도화선은 팔레비 왕조의 부패, 외세 결탁이었다. 혁명의 과실은 성직자 계급이 독점했다. 47년이 지난 지금 이란은 다시 혁명 전야를 방불케 하고 있다. 대규모 반정부시위의 방아쇠는 경제와 자유다. 리알화 폭락, 물가 급등, 전기·물 부족, 청년 실업이 겹쳤다. 빵을 요구하던 목소리는 체제 전복을 외치는 정치 투쟁으로 변했다. 2019년의 시위가 휘발유 가격 인상에서 시작됐다면, 지금은 체제 전반의 무능함에 대한 분노다. 달라진 점은 분노의 대상과 깊이다. "개혁하라"에서 "물러나라"로 바뀌었고, 최고지도자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이 혼돈의 중심에 예상치 못한 이름이 등장했다. 망명지에서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샤(국왕)의 아들' 리자 팔레비다. 일부 지역에선 "자비드 샤(왕이여 영원하라)"라는 구호가 나왔다는 보도도 있다. 검증되지 않았지만, 사실이라면 중요한 신호다. 현 체제에 대한 환멸이 왕정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큼 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고, 이스라엘은 시위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이란 지도부는 외부 위협을 명분 삼아 탄압을 강화할 것이고, 민심은 더 멀어질 것이다.역사는 돌고 돈다. 체제를 일으켜 세웠다가 다시 무너뜨리는 힘은 정비례한다. 그것은 종교도, 이념도 아니다. 밥값과 일자리, 그리고 자유다. 이를 외면하는 순간, 어떤 체제든 오래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역사는 반복해서 증명해왔다. 2026년 테헤란의 봄이 온다 해도 그것이 진정한 해방인지, 또 다른 겨울의 시작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역사는 민중을 외면한 체제를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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