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대교가 개통되면서 포항의 바다 위에 새로운 길이 놓였다. 송도에서 영일대로 향하던 우회 동선은 직선으로 단순해졌고, 이동 시간은 10분에서 3~4분으로 줄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교통 개선이지만, 도시에서 ‘길’은 늘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길이 바뀌면 사람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움직임이 달라지면 소비와 체류 시간이 달라진다.결국 도시는 도로 하나로 생활권이 재편된다. 해오름대교는 포항의 남·북을 잇는 교량이면서 바다를 사이에 둔 생활권을 하나로 묶는 실험이다.이번 해상교량은 단순한 연결로에 머물지 않는다. 주탑 내부에 전망대를 설치하고, 야간에는 사계절 경관조명을 더했다. 차량 중심의 인프라에 ‘머무는 기능’을 얹은 셈이다. 최근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명품 교량’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포항은 산업도시라는 이름에 가려바다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도시이기도 하다. 해안선은 길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바다는 제한적이었다. 송도와 영일대는 각각의 해변이었지 하나의 연속된 공간은 아니었다. 해오름대교는 그 단절을 물리적으로 메운다.이 다리가 상징성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오름대교는 단순히 ‘빠른 길’이 아니라 바다 위에서 머물고 바라볼 수 있는 구조물이다. 일출과 야경을 함께 담겠다는 설계는 관광 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하지만 랜드마크는 구조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용 빈도와 접근성, 관리 방식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전망대가 일회성 방문에 그칠지, 시민의 산책 코스가 될지는 운영에 달려 있다. 관광객 유입 역시 자연스럽게 상권으로 이어져야 의미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교통 분산 효과 역시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동 시간이 줄어든 만큼 차량 유입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인근 주거지의 소음과 안전 문제, 보행 동선과 차량 동선의 충돌 가능성도 개통 이후 본격적으로 점검해야 할 과제다.도시 인프라는 완공이 끝이 아니다.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해오름대교 역시 개통 이후의 관리와 활용에 따라 도시의 자산이 될 수도, 또 하나의 통과 지점으로 남을 수도 있다.해오름대교는 포항에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바다를 ‘지나는 도시’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바다를 ‘사는 도시’로 만들 것인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데서 그칠 것인지, 시민의 일상 속으로 바다를 끌어들일 것인지도 묻고 있다.다리는 이미 놓였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위를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오가게 하느냐다. 길 하나가 도시의 얼굴을 바꾸는 순간은 항상 그 다음 선택에서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