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약속을 깨고 12일 오찬에 이례적으로 불참함에 따라 여야 수뇌부와 직접 머리를 맞대고 국정의 속도감을 높이려던 이재명 대통령의 계획이 틀어졌다. 장 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청와대에서 오찬을 가질 계획이었으나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입장을 바꿔 약속 시간 1시간을 앞두고 불참을 통보했다. 이에 청와대는 예정된 오찬 시간을 불과 20분 앞둔 오전 11시 40분 홍익표 정무수석의 브리핑을 통해 오찬의 최종 무산을 공식 발표했다.천재지변이나 정치적 급변 상황, 질병 등 불가피한 사정 없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오찬이 직전에 무산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의 오찬 회동이 민주당 불참 방침에 따라 연기된 사례 정도가 있다. 다만 당시는 청와대에서 당일 오전까지 민주당의 참석 여부를 기다리다가 여당과의 물밑 협의를 거쳐 미룬 것이라 이번 상황과는 다소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이 대통령은 오찬이 취소된 사실을 보고받은 뒤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고 홍 수석은 전했다. 다만 그간 이 대통령이 내비쳐 온 고민으로 미뤄보면 한층 더 근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최근 들어 여러 차례 "시간이 없다"고 호소하며 국회를 향해 "입법 속도가 너무 늦다"고 쓴소리를 한 바 있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고자 강하게 국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음에도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이에 이 대통령이 이날 오찬을 잡은 배경에는 직접 여야 대표들의 대화 분위기를 유도함으로써 국익과 민생이 걸린 정책에 대한 초당적 협력 분위기를 끌어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장 대표의 일방적인 '노쇼 선언'으로 무산됨에 따라 의도했던 협치 무드는 더 어려워진 형국이다.당장 오찬이 취소되자 정청래 대표는 "예의가 눈곱만큼도 없다"고 장동혁 대표를 비판했고 장 대표는 "오찬을 하자고 한 직후 악법을 일방 통과시키는 것은 예의 있는 행동이냐"고 맞받았다. 여기에 이미 지난달 이 대통령이 7개 정당 지도부를 초청해 가진 오찬에 장 대표가 불참했던 점까지 고려하면, 당분간은 이 대통령이 다시 여야 대표의 만남을 주선하는 식으로 협치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6·3 지방선거가 임박할수록 여야 대결 구도가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변수다. 청와대도 이런 상황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홍 수석은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며 협치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국회의 상황과 연계해서 대통령과 약속된 일정을 취소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협치 이벤트'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법안 처리를 강행한 법사위의 정무적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당이 주도하는 법사위 구성상 언제든 속도를 낼 수 있는데, 시급하지 않고 논란이 잠재된 법안 처리를 강행해 불참의 빌미를 준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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