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김정섭 교수와 한국뇌연구원(KBRI) 구자욱 박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김태은 연구원(박사과정) 공동 연구팀이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나는 ‘수동적 대처(Passive Coping)’의 뇌 신경 회로와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이번 연구 성과는 Elsevier가 발행하는 생명과학 분야 SCIE급 국제 학술지 'Molecules and Cells' 3월 호에 게재됐다.연구팀은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문제를 극복하려 하기보다 포기하고 무기력해지는 현상이 뇌의 특정 회로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밝혀냈다. 감정 조절의 핵심 영역인 편도체(BLA)에서 나오는 신호가 전두엽(mPFC)과 해마(vHPC) 중 어디로 전달되는지에 따라 스트레스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이다.실험 결과, 편도체-전두엽 회로는 타인을 피하는 ‘사회적 회피’ 행동을 조절하는 반면 편도체-해마 회로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절망하고 포기하는 ‘수동적 대처(무기력)’를 결정하는 핵심 회로임이 확인됐다. 
 
특히 두 회로를 동시에 자극했을 때 뇌는 해마로 향하는 회로를 우선적으로 활성화하는 위계적 특성을 보였다. 이는 무기력 반응이 보다 강력하고 지배적으로 작동함을 시사한다.연구팀은 염색질 면역 침강법(ChIP)을 활용해 이 과정에서 뇌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 유전자가 차단되는 구체적 분자 기전도 규명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해마 내 mGluR5-CREB 신호 전달 경로가 손상되면서,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는 전사 인자(p-CREB)가 BDNF 유전자의 특정 시작점(Promoter IV)에 결합하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이는 단순히 신호가 감소하는 수준이 아니라, 유전자 전사 과정 자체가 차단돼 뇌 회복 기능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는 의미다. 반대로 연구팀이 해당 신경 회로를 활성화하거나 유전자 ‘스위치’를 다시 켜자 무기력 상태에 있던 개체가 스트레스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행동 변화가 나타났다.김정섭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무기력증의 발병 원인을 신경 회로와 유전자 수준에서 입체적으로 규명해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정신 질환 극복을 위한 기초 의학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