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담합 의혹을 겨냥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제분 업체에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제분업계는 밀약을 반복해 누차 제재받았지만, 여전히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담합 효과가 완전히 해소됐는지 면밀하게 판단해 피해를 신속하게 회복하도록 가격 재결정 명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공정위는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을 비롯한 국내 7개 제분사(이하 제분 7사)가 밀가루 가격 등을 밀약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조사 중이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설탕 가격도 담합해 최근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작년 10월 중순 조사에 착수한 뒤 4개월째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 심사관은 제분사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이에 상응하는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머지않아 전원회의에 상정하며 각 제분사에도 보낼 계획이다.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조만간 조사가 완료될 것"이라며 "2월 중에 (전원회의 상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최근 브리핑에서 밝혔다. 밀가루 담합 의혹에 관한 공정위 차원의 판단은 전원회의에서 내려진다.앞서 마무리된 검찰 수사를 통해 밀가루 담합 의혹의 윤곽을 확인할 수 있다. 검찰은 2020년 1월∼2025년 10월까지 약 5년에 걸쳐 제분 7사가 밀가루 가격 변동 여부, 변동 폭·시기 등을 합의했다고 결론을 짓고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재판에 넘겼다. 담합 규모는 5조9913억원으로 추산했다.만약 공정위도 제분 7사들이 담합했다고 판단하면 부당 이익을 환수하고 불법 행위를 제재한다는 차원에서 과징금과 더불어 시정조치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정조치에 가격 재결정 명령이 포함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심사관이 사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하며 조치 의견으로 이런 명령을 요청할 수도 있고 그와 별개로 전원회의가 직권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담합 사건에서는 원칙적으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다 검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제분업체들은 2006년 담합 행위가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과 더불어 가격 재결정 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 60일 이내에 각 사가 밀가루 판매 가격을 다시 결정하고 그 근거와 결과를 보고하라는 것이 당시 명령의 요지였다.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릴 경우 공정위는 시한을 정할 수 있다. 일정 기간 지난 후 다시 부당하게 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가격을 보고하게 해 감시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20년 전 밀가루 담합 제재 때 공정위는 8개 업체에 과징금 435억원과 시정 명령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밀가루 가격 생산자 물가 인상률이 6년간 약 40%에 달해 공산품 평균(약 10%)을 크게 웃돌았다며 담합 관련 매출액이 4조1522억원 정도라고 추산했다.    공정위가 20년간 잠들어 있던 가격 재결정 명령에 주목하는 것은 담합이 그만큼 심각하고 뿌리 깊다는 문제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다른 관계자는 "문제가 된 행위가 적발된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 없이 가격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 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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