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비상계엄 선포 절차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은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어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원칙적으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려우나,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유독 비상계엄 선포 절차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대다수 국민은 물론 공무원들도 계엄을 선포할 만한 비상 상황인지 의아해하는 시점에서 법적 절차를 따랐는지와 국헌문란 목적이 있었는지를 따지는 게 먼저다. 내란 성립 요건을 규정한 형법 제91조에도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과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 등 두 가지를 국헌문란으로 정의하고 있다.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절차 부실에 대한 특검팀의 기소의견과 CCTV(폐쇄회로) 현장 화면 등 실체적 증거들이 있는데도 절차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고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점만을 적용했다. 국회에 군을 보낸 점만으로도 내란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같은 판단은 그동안 형식적 절차에 특별한 하자가 없다는 윤석열 피고인 변호인단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양형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계엄은 헌법에도 보장된 대통령의 통치수단 중 하나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징후 등이 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비상대권'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헌정사에서 계엄이 민주주의를 짓밟은 사례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악용하지 못하도록 계엄 선포 절차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재판부가 엄중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불행한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경종을 울리는 사회적 책무이기도 하다. 마땅히 심판해야 할 대상을 제대로 심판하지 못했다면 역사의 심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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