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다리 백년 학생은 맨몸도 천근만근이지만 책가방 메고 느린 걸음에도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세상을 만나는 것이고 제일 행복한 길이오”아흔넷의 졸업생 박달수 씨의 떨리는 음성이 경주시평생학습가족관 소강당을 잔잔하게 메웠다. 삶의 굴곡을 지나 다시 교실로 돌아온 17년의 시간이 그 한 편의 시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배움은 결코 늦지 않았고 교실은 언제나 열려 있었다.경주행복학교(교장 강석근)는 지난달 25일 경주시평생학습가족관에서 ‘2026년 작고 아름다운 졸업식·입학식’을 열었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초등과정 15명, 중학과정 10명 등 모두 25명이 졸업의 영예를 안았다. 중학 졸업생 가운데 4명은 포항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진학했고 1명은 4년제 대학에 진학해 배움의 여정을 이어간다. 특히 94세의 박달수 씨는 경주행복학교에서 17년간 한글을 배우고 초등과정을 거쳐 중학과정을 마친 경북 최고령 학력인정 졸업생이다. 그는 이날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 졸업식 무대에서 자작시를 낭독하며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세상을 만나는 일”이라고 말해 깊은 울림을 전했다. 곳곳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이어졌다.경주행복학교는 29년 역사를 지닌 경북 대표 성인문해교육기관이다. 지금까지 학력인정 졸업생 122명, 수료생 2725여 명을 배출했으며 현재도 126명이 배움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이날 행사는 김정호 교사가 이끄는 교내 풍물반의 흥겨운 식전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김도원·권희숙 담임교사가 졸업생 전원을 무대에 초대해 삶과 배움의 이야기를 나누는 ‘졸업생 중심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형식보다 사람을 앞세운 졸업식은 따뜻했다.학력인정서와 졸업장은 경북교육청 박경린 과장과 강석근 교장이 함께 수여했다. 경상북도교육감이 발행한 학력인정서는 중학생 대표 김춘자 씨와 초등생 대표 조여선 씨가 받았다. 경북교육감상은 김순자·김순란 씨, 경주교육지원청 교육장상은 박달수·박애순 씨, 경주시장상은 이순자·이순화 씨, 경주시의장상은 박인숙·박동남 씨에게 각각 돌아갔다.임종식 경상북도교육감은 축전을 통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배움을 이어온 졸업생들에게 깊은 존경을 표한다”며 “입학생들의 첫걸음 또한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밝혔다. 김동수 경주시평생학습가족관 관장은 자신의 모친이 이 학교에서 수학한 경험을 언급하며 성인문해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했고, 임활 경주시의회 부의장은 어르신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경북도의회 배진석 부의장과 김동해 시의원, 학교 고문 김성춘, 이상필 선생 등도 격려의 뜻을 전했다.강석근 교장은 인사말에서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사실을 여러분이 몸소 증명해 주셨다”며 “오늘 졸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며 학교는 언제나 여러분 곁에서 함께 걷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지만 아름다운 이 졸업식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이어 열린 입학식에서는 초등과정 7명, 중학과정 14명 등 21명이 새 출발을 알렸다. 중학 입학생 김선희 씨의 선창에 맞춰 입학생 전원이 선서를 낭독하며 새로운 배움의 다짐을 새겼다. 경주시 금성로 292(성건동 중앙시장 인근)에서 이어지는 이 작은 학교의 교실에는 오늘도 배움으로 세상을 밝히는 발걸음으로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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