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달러 환율의 일일 변동성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달러 강세 속에 원화가 다른 통화보다 유독 약세를 나타내면서 최악의 경우 환율이 1,6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성장이 둔화하는 등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는다는 걱정이 스며들고 있다.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달 28일 이후 환율이 대외 변수에 따라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6일까지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일일 변동폭은 평균 13.2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외환시장 주간 거래(오전 9시∼오후 3시30분) 기준이다. 과거 월별 일평균 변동폭과 비교하면, 코로나19 공포가 극도로 고조됐던 지난 2020년 3월의 13.8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별 일평균 변동폭이 10원을 넘은 경우도 드물다. 미국 관세 충격에 환율이 급등락했던 지난해 4월에도 9.7원에 그쳤다.최근 변동률도 이례적으로 높았다. 이달 들어 6일까지 원/달러 환율의 일일 변동률은 평균 0.91%로, 역시 2020년 3월의 1.12%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12월 0.36%에서 올해 1월 0.45%, 2월 0.58%에 이어 석 달째 눈에 띄게 변동률이 높아지는 흐름을 이어왔다.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주요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낸 가운데 원화는 '최약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달 들어 6일까지 원화 가치(한국 종가 기준)는 달러 대비 2.8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 유로(-1.69%), 호주 달러(-1.24%), 일본 엔화(-1.21%), 스위스 프랑(-1.02%), 영국 파운드(-0.84%), 중국 역외 위안(-0.81%) 등 주요 통화가 모두 하락했지만, 원화보다는 선방했다. 캐나다 달러는 0.03% 상승했다.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에너지 수입 의존도나 대외 개방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영향으로 원화도 관련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이란 사태 이후 환율 변동성은 야간 거래(오후 3시30분∼다음 날 새벽 2시)에서 큰 폭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반복했다. 지난 3일엔 0시 22분 1,505.8원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2일(장중 최고 1,500.0원) 이후 처음 1,500원을 찍었다. 지난 6일 새벽 1시 27분에도 1,486.4원까지 뛰었고, 같은 날 밤 11시 9분 1,495.0원으로 다시 1,500원에 바짝 다가섰다. 주간 거래 종가보다 20원 넘게 오르기를 되풀이한 셈이다.환율 방향성은 당분간 중동 정세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고 달러가 강세를 지속하면 환율이 최고 1,600원까지도 오를 수 있지만, 반대로 사태가 빠르게 수습될 경우 외환시장 역시 금세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문제가 조기 봉합되면 환율이 1,430∼1,470원 정도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중동 문제 장기화와 무력 충돌 확대,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현실화 땐 1,530∼1,600원까지도 열어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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