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김 위원장은 최근 '보건혁명'을 외치며 병원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중순 평안북도 구성시 병원 준공식에 참석해 "소중한 창조물"이라고 말했다. 2차례나 진도를 현장 점검한 데 이은 세 번째 방문이었다. 남북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격차가 수십 배일 정도로 크다 보니 북한의 사회적 인프라도 열악할 수밖에 없다. 북한 주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병원도 예외가 아닌 상황에서 최고지도자가 새삼스럽게 '보건혁명'을 기치로 내걸고 나선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서울대 통일의학센터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가데이터센터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북한 의료 지표'에 따르면 2023년 북한의 모성사망률은 신생아 10만명당 66.9명으로 남한의 3.8명보다 약 13배 높았다. 모성사망률이란 임신 중이나 출산 직후 임신과 관련된 병으로 사망하는 여성의 비율을 뜻한다.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도 인구 1000명당 18.0명으로 남한 2.8명의 6배를 넘는다.산모나 영유아 이외에 일반 주민의 전반적인 사망 원인을 보면 '불치병'이라고 여겨지는 암(악성종양)으로 인한 사망보다 심혈관, 호흡기, 당뇨 등 만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훨씬 많다. 의료 기술과 시설이 형편없고 만성적인 의약품 부족까지 겹친 탓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보건 혁명’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은 10년 동안 해마다 20개 지역에 경공업공장과 병원, 종합편의시설 등을 짓는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짧은 시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위급한 의료 상황이 남북 경색 국면에서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협력해나갈 수 있는 유력한 분야로 보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때맞춰 WHO의 대북 보건의료 지원 물품 반입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6만3000달러 규모의 북한 전염병 예방 통제 관련 장비와 백신 등의 북한 반입이 가능해졌다. 공은 이제 북한에 넘겨졌다. 이번 제재 면제는 미국이 북한에 보내는 우호적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진정한 '보건혁명'을 원한다면 병원 건설만이 아니라 남북 의료협력의 문부터 열어야 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