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업체 근로자 3명이 사망한 경북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 사고에서 풍력발전기가 소화설비 설치 등이 필수인 관련법 적용 대상이 아닌데다 외주업체 근로자들의 안전관리 감독 등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제도적인 허술함이 드러나고 있다. 24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풍력발전기는 일반 건축물과 성격이 다른 까닭에 소화설비 설치 등이 필수인 관련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 문화·집회시설 등 30개 범주에 속하는 건물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이 법을 적용받는 시설들은 종류 및 규모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소화설비와 경보설비, 피난 구조설비, 소방용수 설비 등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하지만 전날 불이 난 풍력발전기는 소방법 적용 대상이 아닌 까닭에 화재에 대비한 소화설비라고는 자체적으로 판단해 마련한 것이 전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소화설비는 풍력발전기 내부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사고 발생 당일 정상적으로 그 기능이 이뤄졌는지는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영덕군 측은 "풍력발전기는 일반 건축물이 아닌 구축물(땅에 설치된 건축물 이외 구조물)이라 소방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게다가 이번에 화재 사고가 난 풍력발전기는 2005년 준공돼 설계수명 20년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수명은 설계 단계에서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하다고 보장하는 기간이나, 이를 지났다고 설비를 교체해야 한다거나 철거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시설 운영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유지보수 등이 이뤄져야 하므로 이에 대비해 작업자 안전 매뉴얼 등을 마련하고,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를 당국·민간업체 등이 교차로 체크할 시스템 구축은 필수적이다.하지만 대부분 민간이 운영하는 풍력발전소는 최초 인허가 과정을 제외하면 정부 기관 또는 지자체가 관리·감독할 권한을 갖지 않고 있다. 원청인 운영업체 또한 발전기 시설 유지·보수가 전문 영역이라는 등 이유로 작업자 교육 및 적절한 장비 착용 등 현장 안전 관리·감독 권한을 외주업체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사고가 난 풍력발전기 유지·보수를 맡은 외주업체는 직원 수가 몇 명 안 되는 소규모 업체로, 화재로 사망한 근로자 3명 가운데 2명은 계약직원으로 확인됐다. 또 당시 작업 현장에 원청인 풍력발전 단지 운영사 소속 직원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외주업체 직원들은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발전기 날개(블레이드)에 생긴 균열을 보수하는 작업을 수행했으며, 사고 발생 40분∼1시간여 전인 낮 12시∼12시 30분께 소속 업체 대표와 마지막으로 연락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높이 80m가량에 이르는 풍력발전기 상단에는 위급 상황에 대비해 로프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한 설비가 설치돼 있었으나, 화재 발생 당시 발전기 내부 꼭대기 부근에서 작업했던 사망 근로자 3명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이를 활용해 비상 탈출을 하지 못했다.풍력발전 단지 운영사 측은 "발전기 시설 유지·보수 작업을 맡는 외주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업무 기준과 안전 매뉴얼 등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해당 작업이 전문 분야인 까닭에 (원청이)현장에서 이를 관리·감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장에서 업무가 이뤄지는 방식을 두고 원청과 외주업체 간 책임 범위 소지를 가리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