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고문과 간첩 조작의 공로로 포상을 받은 수사 관계자들의 서훈을 취소하기 위해 처음으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경찰청은 이달 초부터 1945년 창설 이래 경찰관들에게 수여된 정부 포상과 대통령·국무총리 표창 7만여개의 공적 사유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경찰 관계자는 "국가 공권력을 불합리하게 행사한 사례들이 취소 대상"이라며 "그간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담한 신군부 협력자에 대한 조사는 여러 차례 있었으나 (공권력 남용과 관련해서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현행 상훈법에 따르면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훈·포장을 취소할 수 있다. 2017년부터는 정부표창규정이 개정되면서 대통령·국무총리·기관장 표창도 박탈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은 조만간 조사를 종료하고 서훈·표창 취소 대상자를 국무총리실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후 심의위원회를 열고 당사자 소명을 들은 뒤 행정안전부에 취소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행안부는 2018년부터 경찰과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이상 국가정보원 전신)에 몸담으며 간첩 조작에 가담한 74명의 서훈을 취소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가해자 상당수가 여전히 국가로부터 고문과 조작의 '공로'를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5일 사망한 '고문 기술자' 이근안은 생전 16개의 상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박탈된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건 1986년 당시 대통령인 전두환 씨로부터 받은 옥조근정훈장 하나뿐이다. 전두환 정권 출범 한 달여 뒤인 1980년 10월 7일 이근안이 받은 국무총리 표창은 반세기 가까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된 10·26 사건 이후 '수사업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소속이었던 이근안은 신군부의 검열에 맞서 제작 거부를 선언한 언론인들에게 전기고문과 고춧가루 물 먹이기 등 각종 고문을 자행했다.1985년 이근안과 함께 고(故)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고문해 실형이 확정된 백모·김모 전 경감 등도 전두환 정권에서 여러 훈·포장을 받았으나 취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남영동 대공분실의 총책임자였던 박처원(1927∼2008)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치안감)은 상훈 기록에서 공개된 포상만 무려 13개에 달한다. 1947년부터 40년간 경찰에 몸담은 박 전 치안감은 '대공 경찰의 대부'로 꼽힌다. 영화 '1987'에서 김윤석이 연기한 '박 처장'의 모델인 그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궤변을 남긴 인물로도 유명하다. 민주화 직후인 1988년 이근안의 이름과 얼굴이 세상에 알려지자 11년간의 도피를 지시하고 자금을 지원했다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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