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원(이하 DGIST) 연구진이 신약 개발의 핵심이 되는 분자 구조를 정밀하게 조립할 수 있는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DGIST는 화학물리학과 서상원 교수 연구팀이 값비싼 귀금속 대신 니켈 촉매를 활용해 의약품 핵심 골격인 ‘베타-메틸렌 카보닐’ 유도체를 단일 거울상 이성질체 형태로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제약 산업과 정밀 화학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은 기술로 평가된다.거울상 이성질체는 같은 원자로 구성돼 있지만 입체 구조가 서로 달라 겹쳐지지 않는 분자를 의미한다. 인체 단백질이 한쪽 구조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것처럼, 약물 역시 특정 거울상 구조만 치료 효과를 내고 반대 구조는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원하는 형태만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기술은 신약 개발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이번 연구의 핵심 대상인 베타-메틸렌 카보닐 구조는 다양한 신약 후보 물질과 천연물에 널리 존재하는 중요한 분자 골격이다. 그러나 기존에는 특정 입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강한 염기 사용이나 복잡한 보조 물질이 필요해 공정이 까다롭고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었다.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니켈 기반 촉매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하고, 알카인과 카보닐 화합물을 직접 반응시키는 합성 경로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분자가 결합하는 위치를 제어하는 ‘위치 선택성’과 특정 거울상 형태만 생성하는 ‘거울상 선택성’을 동시에 확보했다.특히 해당 반응은 다양한 작용기를 포함한 복잡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 목표 반응만 선택적으로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복잡한 의약품 구조를 정밀하게 변형하고 천연물 합성에 필요한 핵심 골격을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데도 성공해 실용성을 입증했다.또 밀도범함수이론(DFT) 기반 계산을 통해 니켈 촉매가 분자의 결합과 입체 구조 형성을 제어하는 작동 원리까지 규명했다.서상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까다로웠던 베타-메틸렌 카보닐 화합물의 입체 선택적 합성을 저렴한 니켈 촉매로 해결한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정밀 화학 산업과 신약 개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