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성군을 비롯, 경북 지역을 휩쓸며 전국 최대 규모 피해라는 오명을 남긴 산불 재난을 주제로 '예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재난의 기억을 성찰하고 우리 사회가 함께 보듬어야 할 회복의 메시지를 모색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가 열린다. 
 
산불의 상흔을 공동의 기억으로 남기고 재난 이후의 회복이 어떤 의미를 제시할까...,영천의 대표적 복합문화공간 시안미술관(관장 변숙희)은 10일부터 6월 28일까지 2026 상반기 특별기획전 '불의 씨앗'을 개최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20인의 작가(김서울, 김승현, 김제원, 문서진, 배태열, 사진기록연구소(장용근, 박창모, 송혜경), 신준민, 심효선, 안민, 안성환, 윤세영, 이세준, 이우수, 이재호, 이정민, 주기범, 채온, 최선)들은 지난 1년간 산불 피해 지역인 의성 등 경북 일대를 직접 찾아 잿더미로 망가진 산, 타다 남은 앙상한 나무들, 흡사 전쟁 장면을 담은 숲의 잔해와 변해버린 지형,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예술적 언어로 채집했다.
 
이번 전시에서 사진, 회화, 조각, 판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해 최초 공개되는 70여 점의 신작들은 재난 이전으로의 복귀가 아닌, 재난이 남긴 흔적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데 집중한다. 예술가들은 잿더미가 된 풍경 속에서 발견한 생명의 흔적이나 공동체의 기억을 조명하며 비극이 남긴 공백을 어떻게 기억하고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푸르름의 정기를 자랑하던 산림이 전쟁의 흔적처럼 검은 잿더미로 변하고 군데군데 타다 남은 나무들은 그 흔적을 보란 듯 서 있다. 화마를 피해 떠난 삶의 터전에도 아직 남겨진 상흔의 잿더미 흔적 속에 그날을 잊은 듯 새봄 푸른 움들이 다시 고개를 들며 또 새로운 일상의 시작을 알린다. 1년 전 상흔의 아픔을 잊은 채. 
시안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마주한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재난 이후의 삶을 지탱하는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 특히 지역 주민들과의 인터뷰 등 밀착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감상하는 전시를 넘어 그날의 흔적을 하나의 ‘사회적 기록’으로 표현한다.
 
변숙희 시안미술관 관장은 “서로 다른 감각을 지닌 작가들이 표현한 다양한 장르의 참상 흔적과 행위를 통해 과연 재난 이후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관람객들에게는 회복이라는 단어를 공유하고 환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의 결과물로 발간되는 도록(ISBN 등록) 역시 재난의 과정을 예술적 시선으로 담아낸 공적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전시가 종료된 후에도 지역 사회의 재난의 아픔과 복구의 변화를 증언하는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예정이다.
특히 전시가 열리는 시안미술관은 폐교를 문화적 거점으로 재생시킨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공간이 예술로 다시 태어난 미술관의 정체성 자체가 이번 전시의 태도와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은 미술관 전관(제1, 2, 3전시실)을 아우르는 대규모 신작 구성을 통해 재난의 상흔을 마주하며 우리 공동체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아픔을 위로하는 행위를 넘어 예술이 재난의 현장과 어떻게 동행하며 그 기억을 보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기록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