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 또 한 번 이름을 올렸다. ‘배터리산업도시’ 부문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5년 연속 수상. 성과만 놓고 보면 이견을 달기 어렵다. ‘배터리 하면 포항’이라는 인식이 소비자 조사에서 수치로 확인됐고, 산업도시로서의 위상도 공고해졌다.하지만 기자의 눈에는 ‘성과’보다 ‘과제’가 먼저 보인다.포항의 배터리 산업은 분명 빠르게 성장했다. 에코프로 투자 유치를 기점으로 규제자유특구, 자원순환 클러스터,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까지 이어진 정책 흐름은 ‘교과서적인 산업 유치 모델’로 평가받을 만하다. 포스코퓨처엠 등 핵심 기업들이 자리 잡으며 생산과 고용의 기반도 갖춰졌다.그러나 지금의 성과는 ‘출발선 통과’에 가깝다.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다.배터리 산업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중국과 미국, 유럽이 각축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내 1위 도시’라는 타이틀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우위를 담보하기 어렵다. 결국 포항이 풀어야 할 숙제는 명확하다. 산업의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고도화’로 전환하는 것이다.특히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세 가지다.첫째, 인재다. 기업 유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배터리 산업은 고급 기술 인력 의존도가 높은 만큼, 지역 내 교육·연구 인프라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단순히 기업을 끌어오는 것을 넘어, 인재가 머무는 도시로 바뀌지 않으면 ‘껍데기 성장’에 그칠 수 있다.둘째, 산업 생태계다. 현재 포항은 양극재·음극재 중심의 소재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았지만, 향후에는 연구개발(R&D), 장비, 재활용, 데이터 기반 산업까지 확장해야 한다. 그래야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자립형 산업 구조’를 갖출 수 있다.셋째, 시민 체감도다. 산업 성장의 이익이 지역사회로 얼마나 환류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일자리, 주거, 환경 문제까지 연결되지 않는다면 산업 성과는 시민들에게 ‘먼 이야기’로 남을 수밖에 없다.여기에 더해 산업 집중에 따른 ‘리스크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특정 산업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경기 변동이나 정책 변화에 따른 충격은 더 크게 나타난다. 배터리 호황이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또한 환경 문제 역시 중요한 변수다. 배터리 소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부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산업에 대한 시민 수용성도 달라질 수 있다. ‘친환경 산업’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지자체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전국 여러 도시가 배터리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공격적인 투자 유치에 나서는 상황에서, 포항이 선도 지위를 유지하려면 정책 속도와 실행력에서 한발 앞서야 한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단기간의 성과가 아닌 10년, 20년을 내다본 전략이 필요하다. 산업 구조 다변화와 미래 기술 선점이 동시에 이뤄져야 진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5년 연속 대상은 분명 값진 성과다. 하지만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더 어렵다’는 경고에 가깝다.포항이 진정한 글로벌 배터리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면, 다음 5년은 지금보다 훨씬 치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