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선거철이 다가왔다. 거리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과 어지럽게 울리는 휴대폰의 울음에서 정치의 계절임을 실감한다.
언제부턴가 선거가 누가 얼마나 주민을 잘 속일 수 있느냐로 변질되고 있다. 민주성을 담보로 경선을 한다지만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참된 후보의 선별과는 거리가 멀다.
무망(誣妄)한 말들을 내지르는 정치지도자의 놀음에 주민들은 마냥 속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무망이란 없는 일을 있는 것처럼 꾸며서 남을 속이는 것이며 사실을 왜곡해서 비방하는 것을 뜻한다. 비단 정치지도자들 뿐만 아니라 직업과 신분 지위 고하를 떠나 모두에게 적용되는 잠언이다.
일연은 삼국유사 보양이목조에서 보양법사의 전기를 원광법사의 전기로 둔갑시키는 바람에 보양의 전기가 멸실된 것을 안따까워 하면서 무망기하(誣妄幾何)라 기술하고 있다.
이는 각훈이 해동고승전을 지으면서 운문사의 기록들을 개작 윤색 삭제하는 등 잘못 정리하는 바람에 혼동을 가져 왔다고 혹평한 것이다.
또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도 정적이었던 윤이 등이 명나라로 망명해 이성계는 고려의 권신 이인임의 후손이라고 가계를 거짓 진술하는 바람에 이를 바로잡는데 200년의 시간을 소모했다 소위 종계변무(宗系辨誣) 사건이다.
무망한자들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정의가 무너지고 불법이 난무해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고 시류에 편승하려는 비겁한 군상들만 득실거린다. 배운자의 횡포로 사회가 멍들고 있다.
교수나 변호사나 대기업경영자나 소위 가진자가 휘두르는 칼에 사회는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교묘한 논리로 상대를 핍박하고 지식과 경제를 무기로 유식무죄 유전무죄를 당연시하는 사회가 됐다.
살인자도 고액 변호사를 사면 풀려나는 세상이고 정치인은 거짓말을 해도 잘도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 있어 대한민국은 정말 살기좋은 나라다. 없는 자와 못 배운 자는 살기가 빠듯하고 내일의 희망은 염원에 불과해 악바리로 살아야 함을 일깨우고 있다.
오히려 가진 자로 인해 올바른 사회로 가는 자정능력이 상실되고 이성적인 잣대는 가치를 잃게 만들고 있다. 세대마다 천지를 분간하지 못하고 동서를 구분하지 못한다.
사회악 척결같은 거대한 담론은 아예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해 버린다. 도덕이 사라지고 대신 자기중심의 이해관계만이 중요시되는 시대인 것이다. 피지배층의 약자는 서로가 살아남기 위해 기만과 술수로 무장하고 자신의 영역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를두고 처세술이라고 미화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최소한의 도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있는 것이다. 망언망청(妄言妄聽)이다. 되는 대로 말하고 아무렇게나 듣는다는 말이다.
국회는 여소야대의 형국으로 의회권력이 자정력을 잃고 있다. 듣고 싶은 소리만 듣고 쓴소리는 듣지 않는다. 연예계가 감성팔이 하듯 국회의원은 툭하면 여론이라며 국민팔이로 방어막을 친다.
또 시장 군수들도 무망한 말들을 막무가내로 질러놓고 자기스스로 확대 재생산해 마치 여론인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 부끄러운줄도 모른다. 무망한자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는 사회가 돼야한다.
하늘이시여! 많이 배운자는 지식을 무기로 사회를 분탕질하지 못하도록 하시고 돈과 권력을 가진자는 권한을 악용해 주위를 암울하게 만들지 못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