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과 맞물려 고위층 2세들도 줄줄이 권력을 승계하고 있다고 한국일보가 14일 보도했다.
권력을 승계한 고위층 2세들은 대부분 40~50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이어지는 후계 체제를 상당기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고위층 2세들의 약진은 특히 군부에서 두드러진다. 12일 단행된 북한 군부 인사에서 상장(우리의 중장 격)으로 승진한 오일정(57) 노동당 군사부장은 북한의 대표적인 혁명 1세대인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고위층 2세 중 가장 승승장구하고 있다.
오 부장은 6개월여 만에 상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군사부장에 임명된 후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한 데 이어 당 중앙위원에 올랐다.
오 부장은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교도대 등 북한의 예비병력을 지휘하는 군사부장으로서 이들에 대한 교육과 관리를 통해 김정은 후계체제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항일빨치산 출신인 오백룡 전 노동당 군사부장의 두 아들로 군부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금철(64)과 오철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남인 오금철은 2008년까지 공군사령관을 지내다 러시아 유학생 출신 숙청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위원에 임명됨으로써 앞으로 주요 보직에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동생인 오철산은 해군사령부에서 정치위원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올랐다.
북한 경제 분야에서도 고위층 2세들이 주요 보직을 꿰차고 있다. 지난달 조선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된 백룡천(49)은 1999년부터 8년 동안 북한 외교를 책임졌던 백남순 전 외무상의 셋째 아들이다.
백 총재는 지난해 당 대표자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임명된 데 이어 이번에 중앙은행 총재로 승진해 앞으로 재정·경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당 대표자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른 서동명 대외보험총국장도 항일빨치산 원로로 당 비서와 검열위원장을 지낸 서철의 장남이다.
외교 분야에서는 김 위원장의 최측근이었던 리명제 조직지도부 부부장의 아들인 리용호(57) 외무성 부상이 눈에 띈다. 리 부상은 주영국 북한대사를 지낸 뒤 지난해 당 대표자회 이후 외무성 부상에 임명됐다.
이같은 고위층 2세들의 권력승계는 김정은 후계구도 구축 과정에서 체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인사들을 요직에 앉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15일)을 앞둔 12일 군부의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13일 "상장 2명, 중장 5명, 소장 38명을 승진토록 하는 내용의 명령을 군 최고사령관 명의로 발표했다"며 "오일정 노동당 군사부장과 황병서(62)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상장으로 승진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황 부부장은 고위층 2세는 아니지만 2005년 하반기부터 김 위원장의 각종 시찰에 동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