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이 추진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경주를 비롯한 역사문화권 정비사업의 행정 절차가 대폭 간소화될 전망이다. 이번 개정은 규제 완화와 함께 문화유산 보존과 지역 발전의 균형을 새롭게 모색하는 제도적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천년 신라의 왕도로 불리는 경주가 역사문화권 정비사업의 중심 도시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역사문화권은 고대 국가의 문화적 정체성과 역사적 연속성을 공유하는 권역을 뜻한다. 현재 고구려·백제·신라·가야·마한·탐라·중원·예맥·후백제 등 9개 권역이 지정돼 있으며 이 가운데 경주는 신라 역사문화권의 핵심 도시로 자리해 왔다. 특히 월성과 동궁과 월지, 대릉원 일원 등 신라왕경 핵심유적 14개 지구가 집중돼 있어 역사문화권 정비정책의 상징적 공간으로 평가된다.그동안 경주에서는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각종 규제가 도시 발전과 충돌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건축물 신축이나 개·증축은 물론 토지 형질 변경, 토석 채취 등 다양한 행위가 제한됐고 사업 추진 때마다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유산청의 개별 허가를 각각 받아야 했다. 문화재 보존이라는 대원칙 아래 추진된 제도였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행정 절차가 복잡하고 사업 지연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특히 경주처럼 도시 전체가 ‘살아있는 유적지’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시민 생활과 도시 기반시설 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황리단길과 대릉원 주변, 월성 인근 지역 등은 관광객 증가와 도시 재생 수요가 높았지만 문화유산 관련 규제가 복합적으로 적용되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비구역 내 행위 제한 기준을 지방자치단체가 시행계획 단계에서 보다 탄력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 특성과 문화유산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허용 범위를 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획일적 규제를 벗어나 지역 현실에 맞춘 정비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가장 큰 변화는 이중 절차의 해소다. 기존에는 시·도지사로부터 실시계획 승인을 받은 뒤에도 국가유산 보존 영향 여부에 따라 다시 국가유산청의 별도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앞으로는 실시계획 승인 주체가 국가유산청장으로 일원화되며 관계 기관과 협의된 사항은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 처리돼 사업 시행자의 부담을 줄이고 행정 효율성을 높일 예정이다.경주는 이미 2020년 제정된 역사문화권정비법에 따라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과 정비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왔다. 월성 발굴조사와 동궁과 월지 복원정비, 대릉원 일원 경관 개선 사업 등이 대표적 사례다. 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경주역사유적지구’를 중심으로 문화유산 보존과 관광 활성화를 연계하는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전문가들은 이번 행정 절차 간소화로 사업 속도가 빨라질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이 확대되면서 지역 특성에 맞는 역사문화 활용 정책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정비구역의 특성을 반영한 행위 제한구역 및 허용 기준 설정과 함께, 실시계획 승인 절차의 일원화 및 허가 의제 처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행정 비효율이 해소되고 사업추진 속도가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더불어 지방자치단체와 중앙행정기관 간 협력체계가 강화돼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역사문화권 정비사업 추진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