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장관이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남북 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남북 비핵화 회담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6일 서울에서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남북 대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하며,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야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도 가능하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언급한 '남북 수석대표 회담-북미대화-6자회담'의 3단계 프로세스를 진행하기 위해선 북한의 '진정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북한에 '남북 비핵화 회담을 요식행위 정도로 진행하려 한다면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 단계로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남북대화를 통과의례 정도로 보고 '남북대화 하는거 봤지? 그럼 이건 됐고 북미대화 한 뒤 6자회담으로 가자'며 소위 대화를 흉내내는 정도로 하면 당면한 문제를 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중요한 것은 북측의 태도"라며 "진지하게 문제를 풀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가져오면서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는 의지와 뜻이 있는 대화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러시아가 발표한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실험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단 영변 핵시설 복귀 ▲IAEA의 우라늄농축시설 조사 등의 비핵화 선행조치에 북한이 동의할 경우 남북대화 등 단계별 프로세스 진행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는 남북 비핵화 회담의 전제 조건은 아니지만, 북한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주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지난 2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군사실무회담을 열었지만 북한이 일방적으로 회담 중단을 선언하며 회의장을 나가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외교소식통은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린다면 그 이전에 군사실무회담을 열어 천안함·연평도 문제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넘어가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