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서양 의학이 한국에 뿌리내리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한글 해부학 교과서가 국가유산이 된다.국가유산청은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한 '해부학(제중원 한글의학교과서)'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14일 예고했다.'해부학'은 근대 서양식 의료기관인 제중원에서 1906년 간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로, 세브란스 병원의학교와 여러 선교 의료기관에서 쓰였다. 국립한글박물관 누리집 설명에 따르면 '해부학'은 일본 해부학자 이마다 쓰카누(金田束·1850∼1889)가 1888년에 쓴 '실용해부학'(實用解剖學)을 바탕으로 했다. 훗날 의사이자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김필순(1878∼1919)이 우리말로 옮기고, 제중원 의학교 교수 올리버 애비슨(1860∼1956)이 교열해 총 3권으로 펴냈다.국가유산청은 "서양 의학이 국내에 도입되던 초기 교육 실태를 보여주는 대표적 자료로, 한국 근대 의학 교육의 출발점을 상징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해부학'은 인체 구조와 기능을 체계적으로 다룬 점이 돋보인다. 제1권은 뼈대와 근육을 중심으로 신체의 형태와 움직임의 원리를 설명하며, 제2권에서는 심장·폐·소화기관 등 주요 장기의 기능과 생리 작용을 다룬다. 제3권은 신경계와 감각기관 등 인체의 작용과 반응 체계를 아우른다.이런 구성은 당시 서양 해부학 지식을 단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교육 체계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해부학'은 의학사뿐 아니라 국어사적으로도 중요한 자료다. 낯선 의학 용어를 한자나 외래어로만 표기하지 않고 '염통(심장)', '밥통(위)' 등 순우리말로 쉽게 풀었으며 원서에 없는 설명도 추가했다.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근대 의학 지식이 우리말로 번역되고 대중화되는 과정과 20세기 초의 한글 표기법, 음운 변화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향후 '국가유산위원회'로 개편 예정) 심의를 거쳐 등록을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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