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했다. 대한민국은 월드컵 12회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국민 모두가 하나의 이름 아래 함께 응원하고 환호하는 세계적인 축제다.하지만 '축구도시'를 자부해 온 경주에서는 월드컵을 시민들과 함께 즐길 거리응원 계획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국 규모 축구대회를 수없이 개최했고 각급 대표팀과 프로구단 전지훈련지로 명성을 쌓아온 도시의 모습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본보는 월드컵 개막을 앞둔 지난 10일 경주시의 월드컵 응원 계획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당시에는 "평일 오전 경기여서 참여 인원이 적을 수 있다"는 이유가 제시됐다. 일견 이해되는 설명이었다.그러나 대한민국 대표팀이 첫 경기에서 체코를 2대1로 꺾으며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자 아쉬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표팀의 선전을 응원하고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월드컵 거리응원의 의미는 수천 명, 수만 명을 모으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에게 함께 응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100명이든 500명이든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함성을 외치는 경험은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시민들에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다.특히 이번 월드컵은 지방선거 직후 열린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지만 한편으로는 지역사회를 여러 갈래로 나누기도 한다. 지지 후보가 달랐고 생각이 달랐던 시민들이 선거 이후 다시 하나가 되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월드컵은 그런 점에서 흔치 않은 화합의 장이다. 정치적 성향과 세대, 직업을 떠나 모두가 대한민국을 응원하며 하나가 될 수 있다. 거리응원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선거 이후 지역사회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동체 행사이기도 하다."평일 오전이라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응원은 동원이 아니라 자발적 참여다. 자영업자와 대학생, 은퇴세대, 교대근무자 등 참여 가능한 시민들은 적지 않다. 행정이 해야 할 일은 사람이 모일지 아닐지를 미리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원할 경우 함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2002년 월드컵의 붉은 물결도 처음부터 거대한 인파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대표팀의 선전이 어우러지며 하나의 문화가 됐다.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보다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더 중요했는지도 모른다.월드컵은 4년에 한 번뿐이다. 그리고 시민 모두가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시간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표팀이 첫 승을 거두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지금, 축구도시 경주에 거리응원 하나 없다는 사실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경주가 놓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응원전이 아니라 시민 화합의 소중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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