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에게 여행 일정을 짜 달라고 하면 제법 그럴듯한 답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실제 여행 준비는 대답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비가 오면 코스를 바꿔야 하고, 부모님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하며, 예약이 가능한 곳만 다시 추려야 합니다.   요즘 자주 들리는 Agentic AI, 우리말로 하면 에이전트형 AI는 바로 이런 여러 단계를 스스로 이어 가며 처리하는 AI를 뜻합니다. 잘 대답하는 AI를 넘어, 목표를 주면 순서를 세우고 필요한 일을 하나씩 해 나가는 AI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예전의 AI가 물어본 것에 답하는 상담원에 가까웠다면, 에이전트형 AI는 내 일을 옆에서 거들어 주는 직원이나 비서에 더 가깝습니다.   앞으로는 사장 한 명이 AI 직원 100명과 함께 일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방향을 정하고 최종 판단을 내리고, AI는 자료를 찾고 비교하고 정리한 뒤 다시 보고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에이전트형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내 일을 나눠 맡아 처리해 주는 실무형 조수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차이는 일상에서도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뇨를 쉽게 설명하는 강연 원고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예전 AI는 초안을 한 번 써 주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에이전트형 AI는 관련 자료를 찾고, 내 컴퓨터에 워드나 파워포인트 파일을 만들고, 표현을 청중 눈높이에 맞게 고치고, 발표 순서까지 다시 다듬는 식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말만 잘하는 기계가 아니라, 실제 업무를 옆에서 도와주는 비서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이제는 이런 장면이 더 이상 공상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OpenClaw 같은 도구를 쓰면 텔레그램으로 지시를 보내 사무실이나 집의 컴퓨터에서 작업을 이어가게 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잠든 사이에도 파일을 열어 내용을 정리하고, 새 문서를 만들고, 아침에 다시 볼 초안을 준비해 두는 식입니다.   이런 흐름이 알려지면서 늘 켜 둘 작은 컴퓨터를 찾는 사람도 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맥 미니가 품절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제 AI의 경쟁은 얼마나 그럴듯하게 말하느냐보다, 얼마나 실제 업무를 이어서 처리하느냐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아직 만능 비서는 아닙니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느리고 비용이 더 들 수 있습니다. 똑똑한 비서도 처음에 잘못된 메모를 받아들이면 끝까지 엉뚱한 일을 할 수 있듯, AI도 중간에 틀린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면 이후 과정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시스템을 실제로 쓸 때는 도구 사용 범위를 적절히 제한하고, 사람이 중간중간 확인하는 절차와 안전장치를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처럼 한 번의 실수가 큰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기억할 것은 하나입니다. 생성형 AI가 말을 잘하는 AI였다면, 에이전트형 AI는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AI입니다. 아직은 옆에서 점검하고 방향을 잡아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AI를 단순히 답을 보여 주는 도구가 아니라, 실제 일을 맡길 수 있는 조수처럼 쓰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름은 낯설어도 흐름은 단순합니다. AI가 이제 말만 하는 단계를 지나, 조금씩 일을 하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들으실 곡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로망스 1번, op. 40입니다. 베토벤 하면 보통 피아노를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바이올린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과 이해를 지니고 있던 작곡가입니다. 화려한 기교를 과시하는 연주자는 아니었지만, 악기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데에는 누구보다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로 남겨진 바이올린 소나타들, 협주곡, 그리고 여러 실내악 작품들을 보면 그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이 곡은 단 한 악장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짧은 곡입니다. 그런데도 협주곡처럼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어우러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으면서도, 들을수록 세밀한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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