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합의한 백두산 학술토론회 개최가 북측의 침묵으로 불발됐다. 통일부는 지난달 28일 남북 백두산 화산 전문가회의 우리측 대표단장 명의로 북한에 전통문을 보내 남북 학술토론회를 5월11일 서울 또는 평양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당일인 11일 오후까지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오전 판문점 연락관 접촉에서도 북측이 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한 사실이 없다"며 "오늘로 예정된 학술토론회 개최는 사실상 어려워 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학술토론회 개최는 이미 지난달 12일 제2차 백두산 화산 관련 전문가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이었다. 당시 남북은 5월 초 평양 또는 편리한 장소에서 남북 학술토론회를, 6월 중순에는 백두산 현지 답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정부고위당국자는 이날 "우리가 제안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도, 백두산 학술토론회도 북측이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며 "자신들이 처음 제안했던 만남을 갖자는 것인데 왜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모르겠다"고 북측의 태도를 비난했다. 정부는 다시 한번 백두산 학술토론회 개최 날짜를 제안하는 대신 당분간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상황을 관망키로 했다. 북한이 현재 추진되고 있는 모든 남북대화 일정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함에 따라 동해 표기와 관련해 남북 역사학자들이 공동 대처하는 문제도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지난달 말 북측 조선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는 우리측 동북아역사재단 앞으로 '남북 역사학자가 동해표기 문제를 공동 대처하자'는 내용의 팩스를 보냈다. 이에 동북아역사재단은 답신을 통해 5월 중순 개성에서 동해 표기 관련 남북협의를 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북측은 동해 표기 남북협의와 관련해 어떤 답변도 주지 않고 있다. 올 초 부터 대화공세에 매달려 왔던 북한이 돌연 모든 남북 민간급 대화 일정에 대해 신중모드로 돌아선 것은 6자회담 재개 문제가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정세 변화를 지켜보자는 의도가 담긴 행동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재 민간급에서 진행되고 있는 남북 대화를 당국간 회담으로 격상시키려면 일종의 '숨고르기'와 '애태우기'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고 우리측에 귀한한 북한 주민 4명의 자유의사와 납북자 및 국군포로의 자유의사를 상호 확인하자는 우리측 제안에 대해서는 정치적 노림수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진의를 파악 중인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달 23일 비망록을 통해 "시종일관 북남 대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남조선 보수당국이 대화를 거부하고 북남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 넣었다"며 "남측이 끝까지 외면한다면 더 이상 대화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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