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지역의 소멸 위기를 막고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도입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인구 유입과 상권 활성화라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본소득 지급을 노린 위장전입 등 부적격 사례와 불분명한 실거주 판단 기준 탓에 지자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국 17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자체들은 현장 실사와 엄격한 검증 시스템을 가동하며 부적격자 솎아내기에 나서고 있으나, 부족한 인력과 모호한 요건 탓에 지급대상 적격 여부를 가려내는 게 쉽지 않아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매달 15만원 안팎의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시범사업 지역의 인구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충남 청양군은 사업 시행 전 2만9078명이던 인구가 올해 3월 3만77명으로 늘며 인구 3만명 선을 회복했다. 경기 연천군도 2000여명이 늘어 4만3000명을 돌파하고, 충북 옥천군은 시범사업 결정 이후 인구가 2200여명 증가했다.경남 남해군 역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인구 유입 효과를 봤다. 사업 시행 발표 직전인 작년 2월 말 4만72명이었던 남해군 인구는 1년 만인 지난 2월 말 기준 4만887명으로 총 815명 증가했다. 장수·순창·진안·무주 등 4개 군에서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추진 중인 전북 역시 6월 말 기준 전입자가 4202명으로 집계되는 등 전국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한 지자체의 인구 유입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인구 유입에 힘입어 면 지역 26곳을 포함해 총 67곳에서 신규 창업이 이뤄지는 등 실질적인 소비 증가 효과도 확인됐다.그러나 기본소득을 노리고 실제 살지 않으면서 주소만 옮겨 놓는 위장전입 등 부적격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청양군에서는 외지인이 실제 거주할 수 없는 폐가나 도로명 주소만 부여받은 빈터에 주소만 올려두거나, 타지역에 살면서 부모·지인의 집에 주소만 올려둔 사례 등이 현장 조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됐다.주말에 부모 댁을 방문한다는 이유로 실거주를 주장하는 얌체 전입자들도 다수였다. 남해군의 경우 기본소득 지급 시작 후 1차 집행 대상자 3만3800여명 중 154명이 '주 3회 이상 실제 거주'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전출·이사 등으로 주소가 변동돼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지자체들은 위장전입 등 기본소득 지급 부적격자를 막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청양군은 이장·반장의 1차 의견 수렴, 공무원 현장 조사, 읍·면 위원회 최종 심의로 이어지는 '3단계 실거주 검증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특히 신규 전입자에 대해서는 3개월간 최소 3회 이상 현장 조사를 의무화하고, 이의신청 시 수도·전기 사용량이나 지역 내 카드 사용 내용 등 객관적 증빙 자료를 요구해 부적격자를 걸러내고 있다.지자체들은 실거주 여부를 가려낼 명확한 기준이 부족해 민원 마찰과 행정력 낭비가 심각하다고 호소한다. 현행 지침상 '주 3일 이상 거주' 등 원칙만 제시돼 있을뿐 실거주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낮에 타지역으로 출근하거나 주말에만 거주하는 등 다양한 생활 형태를 일일이 대면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장전입 적발 자체에 지나치게 매몰되기보다는 지방세 납부실적 제출 등 제도적 기준을 마련하고 과도한 행정비용 지출을 줄이는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진단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