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일부터 23까지 경주예술의전당에서는 제17회 대한민국 국공립극단 페스티벌이 열렸다. 개막작으로 경주시립극단의 작품을 필두로 전국 일곱 개 극단의 다양한 작품이 공연되었다. 경주시립의 ‘줄 없는 나무인형(예술감독 강성우)’은 ‘피노키오의 모험’과 ‘꼭두각시 이야기’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한 공연이다. 동화 속 제페토 할아버지가 목수 ‘제씨’로 설정된다. 그의 손에서 태어난 나무인형 ‘솔’, 이무기가 되기를 꿈꾸는 단짝 친구 ‘이심이’. 여기에 전통적 신앙 ‘삼신할망’과 무서운 ‘마마신’의 대립이 펼쳐진다. 마임 같은 배우들의 연기와 몸놀림이 볼거리다.다만 춘계 정기 공연작인 ‘하얀앵두(원작 배삼식, 연출 강성우)’가 떠오른다. 5억 년의 시간을 품은 삼엽충 화석을 찾아다니던 고고학자 오평, 늙은 개 원백이의 죽음, 새 생명의 탄생을 다룬 이 작품은 생명의 순환과 아득한 시간의 흐름을 다룬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연극제의 개막작으로 어울린다고 생각되며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작품이다.강원도립의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예술감독 김경익)’는 2007년 12월 7일 태안 앞바다의 국내 최대 원유 유출사고를 다룬다. 기름을 뒤집어 쓴 갈매기 ‘풍우’는 최후의 순간 만난 고양이 ‘모모’에게 자신의 알을 부탁하고 숨을 거둔다. 자기가 단지 이상하게 생긴 고양이로만 알고 자란 새끼갈매기 ‘희망이’. 드디어 어린 갈매기에게도 절벽에서 날아야만 하는 때가 온다. 누구도 인생을 알고 사는 사람은 없다. 살다 보니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식을 기다려 줄 뿐이다. 누구나 그러한 청춘을 보냈다. 실수하고 좌절하며, 그들에게는 그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예술감독 박정희)’은 생소한 영상공연이었다. 연극계에는 하나의 속설이 있다. 연극 공연을 찍은 영상은 재미없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렇게 믿었다. 반신반의하며 공연을 보았다. 작품은 무대에 배우가 나와야 연극이란 통념을 깨부수었다. 영화와 달리 단조로운 무대의 영상을 압도하는 것은 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였고 긴장감을 잃지 않는 연출력이다. 155분간 한순간의 흐트러짐도 없는 연기는 종종 무대에 배우가 있는 것으로 착각될 정도였다. 묵직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배우들은 그들이 왜 국립극단 배우인지를 증명했다. 특히 도안고(장두이 분)는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를 방불케 했으며, 극은 소포클래스의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를 연상케 한다. 실로 국립극단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실험극이다.경산시립의 ‘햄버거 먹다가 생각날 이야기(예술감독 정철원)’는 57년간 매일 자정부터 거리를 쓸어오다 내일은 폐기되는 ‘청소로봇’의 시선으로 본 세상 이야기이다. 어두운 밤거리와 밝은 보름달의 무대는 서머셋 모옴의 ‘달과 6펜스’처럼 현실과 닿을 수 없는 이상을 상징한다. 가만히 로봇은 둥근 달을 처다볼 뿐이다. 우리는 모두 로봇의 등장에 미래를 불안해한다. 근무의 불만도 없이, 지치지도 않고 작업을 해내는 모습은 경영자에게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라인에서의 노동자들에게는 가족의 생계가 달린 일이니, 실로 절박하다. 우리 스스로가 로봇의 달리기에, 군무에, 축구에 열광하는 동안 미래에는 그들이 나를 대처한다. 우리는 이미 그런 세상에 와있는 것이다.포항시립의 ‘생존의 법칙(예술감독 김민우)’은 사체에 장기 매매 각서까지 쓴 가족이 보험금을 노린 위장 사고사를 벌인다. 그러나 사고 예정일에는 억수 같은 비가 내리면서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극은 무대의 암전에서 랜턴이 나부끼고 사건 현장에 강한 음향으로 경찰들이 등장한다. 무덤을 파헤칠 때는 소복의 귀신이 등장하고 비명과 고함이 난무한다.연극이 영화화 된 ‘살인의 추억(감독 봉준호, 2003)’의 원작 ‘날 보러 와요(김광림 작/연출, 1996)’ 가 떠오른다. 무대에서 일차원적 공포가 아닌, 음향과 조명으로 사건을 미궁으로 몰아넣는 연출 기법이 아쉽다.인천시립의 ‘니들이 인천을 알어¿!(예술감독 임도완)’ 2006년 봄, 신혼부부가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인천의 부동산 중개인을 만나자 그는 인천을 소개한다. 비행기가 없던 개화기는 사람과 문물이 인천항의 배를 거쳐 우리나라로, 서울로 들어온다. 인천에는 중국인, 일본인 조계지가 별개로 있어서 차이나타운의 공화춘(共和春)에서 ‘짜장면’이, 일본인이 설립한 공장에서 ‘별 사이다’가 탄생한다. 인천 홍보극 같은 연극은 ‘인천상륙작전’에서 주민 백명이 학살된 월미도의 마을도 언급되어 아픈 과거사도 다룬다. 상륙작전의 이면에 지역민의 희생을 고발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전주시립의 ‘아, 여보세요?(연출 이신실)’는 버르장머리 미용실에서 세 여인이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다. 시사 사건인 만큼 캠패인 극이기도 하다. 6세 이상 관람가인 만큼 범인은 검거되고 가담자는 개과천선한다는 해피엔딩으로 극은 마무리 된다. 그런 만큼 실제 세상과는 동떨어진 느낌이다.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Leo Tolstoy, 1828~1910)의 ‘안나 카레리나(Anna Karenina, 1878)’는 ‘행복한 가정의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 1889~1977)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했다. 당신의 오늘 하루 연극은 어떠하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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