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기법을 잊지 않고 지켜온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한낮의 폭염도 53년 석공 인생을 이어온 장인의 손길에는 누그러졌다.    천년 신라의 석조문화유산을 지켜온 전통 석공기술 가운데 하나인 ‘드잡이’가 경주에서 다시 시연되며, 사라져가는 전통기술의 가치와 전승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보기 드문 귀중한 자리가 마련됐다. '제4회 경주석장 윤만걸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49호 공개행사'가 지난 7일, 경주시 통일로 시암공방에서 문화예술계 관계자와 주민, 학자, 관광객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렸다. 특히 남산 석탑을 복원할 때 돌을 지게에 지고 올라다니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동네 어르신들도 참석해 현장이 더욱 빛났다.  이날 공개행사의 핵심은 석조물을 해체하거나 복원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전통적인 ‘드잡이’ 기술 시연이었다. 윤만걸 경주석장(71)은 통나무 지지대와 줄, 전통 도구 등을 이용해 약 1t에 이르는 석재를 들어 올리고 이동시키는 과정을 직접 선보였다.‘드잡이’는 기울거나 내려앉은 석조 건축물을 무조건 해체하지 않고 잭키와 탕개 등 도구를 이용해 들어 올리거나 바로잡는 전통기술이다. 현대의 중장비가 없던 시절 석조문화유산을 보수하고 복원하는 데 활용됐던 우리 고유의 기술이다.윤 석장은 시연에 앞서 “오늘 시연해보이는 기구들은 옛 우리 선조들이 쓰던 기구”라며 “석재를 들어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움직이고 조정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시연은 폭염이 이어지는 한낮 야외에서 진행돼 장인과 전승자들의 노고가 더욱 컸다. 윤 명장은 직접 줄을 잡고 석재를 들어 올리는 과정을 설명하며 전통기술을 현장에서 보여줬다.윤만걸 경주석장은 지난 2023년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49호 ‘경주 석장’으로 지정됐다. 50년 넘게 석공으로 활동하며 국보와 보물 등 문화유산의 해체·보수·복원·정비에 참여했으며, 1995년에는 경북 최초로 대한민국 석공예 명장에 선정됐다. 문화재수리기능사, 드잡이 기능자, 석공예기능사, 석조각기능사 등 석조 분야의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특히 경주 남산의 석조문화유산 상당수가 그의 손을 거쳤을 만큼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장인이다. 현재는 두 아들 윤동천·윤동훈 씨가 전수자로 나서 쌓기석공과 한식석공, 드잡이 기술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전승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윤 명장은 “53년 동안 돌을 다루다 보니 돌가루로 인해 저 뿐만 아니라 전승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부분 고령이라 기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다음 세대가 이어받을지, 단절될지 걱정이다. 다행히 25살의 전통문화대학 학생이 배우겠다고 나선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이어 “천 수백년 전 신라시대 석공들이 탑을 쌓고 건축물의 계단을 만들던 때부터 이어져 온 드잡이 기법을 잊지 않고 지켜온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런 공개행사를 통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살아 있는 역사 현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연을 끝까지 지켜본 박임관 경주문화원장은 “역사는 과거의 기록이지만 그 기록을 다시 다듬어 지켜내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후손들의 책임이자 의무”라며 “전통기술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이번 공개행사의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이번 행사는 천년 전 신라의 석공들이 쌓아 올린 기술의 맥을 오늘의 장인들이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의 현장이었다. 동시에, 그 맥을 다음 세대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임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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