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품을 눈으로 감상하는 데서 나아가, 작품을 이미지한 디저트를 맛보고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예술의 감상 영역을 시각에서 오감으로 확장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마련됐다.경주시청년센터가 주관해 지난 7일 황오유스빌에서 열린 ‘디저트와 만난 미술’은 경주청년작가들의 작품을 파티시에가 디저트로 재해석하고 큐레이터의 작품 해설과 함께 이를 직접 맛보는 새로운 형식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이었다.
경주에 거주하는 19~3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모두 3회차로 나눠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먼저 전문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한 뒤,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새롭게 탄생한 디저트의 플레이팅과 제작 이야기를 듣고 직접 맛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작가와 파티시에가 함께 작품과 디저트에 담긴 의미를 이야기하는 아트토크도 이어졌다.특히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미술작품을 ‘먹을 수 있는 예술’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작품의 색과 형태, 소재, 작가가 작품에 담은 감정과 이야기를 파티시에의 언어로 옮겨 하나의 디저트로 완성한 것.
이번 프로그램에는 홍빛나라·박상원·이신희·신혜영 작가가 참여했다.홍빛나라 작가는 ‘SO小한 위로’를 주제로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건네는 위로를 화면에 담는다. 작가는 작품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게라도 닿아 잠시 숨을 고르고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박상원 작가는 ‘흔적’을 붙잡는 행위로서 회화를 바라본다.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하며 변형·융합되는 자신의 흔적을 화면에 머물게 하는 것이 그림이라고 설명한다.신혜영 작가는 ‘비단 위에 잠든 꿈’을 통해 이루지 못한 바람과 잊힌 기억, 불안한 미래, 그리고 작은 희망을 ‘꿈’이라는 언어로 풀어낸다.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는 틈이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이번 행사를 기획한 이신희 작가는 ‘0’과 알이 지닌 생명력과 변화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작가에게 0은 단순한 ‘무(無)’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며, 알 역시 숫자 0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존재다. 그는 이러한 생명과 변화의 움직임을 작품으로 표현해왔다.
 
작품을 디저트로 옮긴 파티시에 도화라는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 르그랑 디플로마를 취득했으며 다양한 베이커리 강의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작가들의 작품을 색과 형태뿐 아니라 작품에 담긴 이야기까지 살펴본 뒤 이를 맛과 식감, 플레이팅으로 풀어냈다.큐레이터 손지영은 미학과 미술사를 연구하며 기획과 비평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대 문화예술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담론을 공유하고 있는 그는 이번 행사에서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해설자로 참여해 관람객들이 작품과 디저트 사이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도록 이끌었다.이신희 작가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을 눈으로만 바라보는 감상에서 벗어나 다른 감각을 통해 작품을 새롭게 만나는 경험을 청년들과 나누고 싶었다”며 “예술과 디저트가 만나면 작품을 이해하는 방식도 훨씬 다양해질 수 있다는 지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참여객은 “그림을 보고 설명을 들은 뒤 같은 작품에서 출발한 디저트를 맛보니 작품의 색이나 분위기가 훨씬 구체적으로 다가왔다”며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예술을 경험한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객은 “청년작가들의 작품을 어렵게 느꼈는데 음식과 함께 이야기를 들으니 자연스럽게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며 “경주의 청년 예술가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고 했다.‘디저트와 만난 미술’은 미술과 음식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의 경계를 허물면서 지역 청년작가의 작품을 보다 친근하고 감각적으로 만나는 새로운 예술 향유 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