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 경제는 권력의 연속성을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이다. 외교·안보에서 아무리 큰 치적을 쌓았더라도 당장 먹고사는 경제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민심은 여차 없이 돌아선다. 
 
조지 H.W. 부시의 대선 패배가 대표적 사례다. 아버지 부시는 1991년 걸프전쟁을 완벽한 승리로 이끌며 지지율을 90% 가깝게 끌어올렸다. 재선이 확실해 보였지만 종전 직후 몰아친 경제 불황 앞에서 민심은 잔인할 만큼 냉정했다.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는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직설적 슬로건으로 경제 실정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기적 같은 승리를 연출했다.한국 현대사도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 김영삼 정부는 하나회 척결, 역사 바로 세우기, 금융실명제로 지지율 90%를 넘봤으나, 1997년 외환위기로 한순간에 몰락했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폭등과 양극화 심화로 500만 표 차의 압도적 정권 교체를 허용했고,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실정을 반복하며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두 정부 모두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거두었으나, 유권자의 가슴을 움직인 것은 내 집 마련의 좌절과 팍팍해진 주머니 사정이었다.김대중·이명박 정부 역시 정치적 한계를 경제 성과로 버텨내며 집권을 연장한 사례다. 김대중 정부는 세 아들의 비리 등 임기 말 정치 악재에 시달렸지만, 외환위기 조기 극복과 민생 안정이라는 경제 성과로 야권의 공세를 막아냈다. 이명박 정부 또한 친인척 비리로 지지율이 흔들렸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수습하고 집값 안정으로 정권을 이어갈 수 있었다.'문제는 경제'라는 공식은 이재명 정부에서도 체감되고 있다. 반도체 특수와 주가 상승에 힘입어 70%에 육박했던 국정 지지율은 지난 6월 지방선거 뒤부터 이어지는 주가 급락세와 연동되며 4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심한 주가 폭락과 민심 이반 흐름에도 정책 당국자 중에서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정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부터 총선 공천권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으니 민심이 쉽게 호전될 것 같지 않다.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면 국정 과제가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더 나아가 지지층의 분열로도 이어진다. 과거 잇단 실패에도 이를 반복한 민주당이 되새겨야 할 역사적 교훈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