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 서편에서 발견된 비편이 고구려비인지 신라비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인 학술의 장으로 옮겨간다. 
 
월성 비편은 신라비에서 주로 쓰인 해서체가 아닌 고구려비에서 주로 확인되는 예서체로 새겨졌고 ‘貢(공)’, ‘白(백)’, ‘稱(칭)’ 등의 글자 역시 고구려비에서 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고구려와의 연관성이 제기돼 왔다. 
 
반면 비편에 사용된 돌이 경주 남산에서 채석된 것으로 보이고 서체만으로 제작 주체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정교한 표면 가공 방식이 통일신라 이후 본격화된다는 점 등을 들어 신라비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이처럼 발견 이후부터 첨예한 논쟁을 불러온 경주 월성 서편 수습 비편의 성격과 역사적 의미를 본격적으로 규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국립경주박물관과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한국고대사학회는 오는 13일 오전 10시 국립경주박물관 강당에서 ‘월성 서편 수습 비편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이번 학술대회는 올해 초 열린 전문가 포럼에서 월성 비편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청취한 데 이어 당시 논의된 쟁점들을 보다 심층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신라사와 고구려사, 서예사 등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비편의 출토 위치와 성격, 문자 판독, 서체 등을 다각적으로 살펴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월성 서편 수습 비편은 지난 4월 13일부터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보고에서 특집 진열 ‘83년 만에 만남, 경주 월성에서 찾은 비석 조각’을 통해 일반에 처음 공개되고 있다.특집 진열은 월성 서편에서 수습된 비편을 비롯해 비편의 발견 경위와 주요 특징 등을 소개하며, 오랜 시간 학계 안에서 논의돼 온 자료를 시민과 관람객에게 직접 선보이는 자리다. 이번 학술대회는 이처럼 전시를 통해 공개된 비편을 대상으로 그 역사적 가치와 성격을 학술적으로 깊이 들여다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학술대회에서는 모두 6개의 주제 발표가 진행된다.오전에는 전경효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연구사의 ‘발견신고 매장유산과 문자자료 연구’를 시작으로 이현태 국립중앙박물관 연구관의 ‘일제강점기 최남주 발견 비편의 현황과 몇 가지 보정’, 이재환 중앙대학교 교수의 ‘신라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월성 서편 수습 비편 판독과 해석’이 이어진다.오후에는 기경량 가톨릭대학교 교수의 ‘경주 월성 서편 수습 비편의 판독과 고구려와의 연관성’, 정현숙 원광대학교 교수의 ‘서예사적인 측면에서 살펴본 비편의 서체’, 고광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의 ‘경주 월성 서편 수습 비편의 서체와 역사적 의의’가 발표된다.이어 김재홍 국민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참여하는 종합토론이 마련돼 비편의 제작 주체와 시기, 문자 판독, 서체의 특징 및 역사적 맥락 등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질 예정이다.월성 비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단순히 글자의 형태나 서체만을 비교하는 것을 넘어 석재의 산지와 제작 방식, 문자 판독,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학술대회의 중요한 문제의식이다.
 
이번 학술대회는 신라사와 고구려사, 서예사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하나의 자료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지를 공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이를 통해 월성 비편의 역사적 의미를 보다 입체적으로 살펴보고 향후 연구 방향을 모색한다는 데 의의가 있겠다.
한편 국립경주박물관은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특집 진열 ‘83년 만에 만남, 경주 월성에서 찾은 비석 조각’의 전시 기간을 당초 이달 17일까지 진행하는 것에서 오는 12월 31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학술대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국립경주박물관 강당에서 진행되며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