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앞둔 뜻깊은 시점에 안중근 의사의 독립과 평화에 대한 열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공개된다.   국가유산청은 광복절을 앞두고 13일 오전 10시 30분 덕수궁 중명전에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함께 일본에서 환수한 '안중근의사 유묵 – 만국공법불여대포(萬國公法不如大砲, 만국공법불여대포’를 최초로 언론에 공개한다. '만국공법불여대포'는 ‘만국공법(萬國公法), 즉 국제법이 대포(大砲)만 못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유묵은 1910년 2월 중국 뤼순감옥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안중근 의사가 느낀 국제법의 무력함에 대한 깊은 회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만국공법불여대포’는 19세기 일본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의 말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제국주의 열강이 국제법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힘의 논리에 따라 국제 질서가 운영되던 당시 현실을 비판한 표현이다. 안중근 의사가 뤼순감옥에서 집필한 '동양평화론'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안 의사는 만국공법에 따른 동양의 평화와 질서 유지를 주장했다.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이후에도, 그는 대한의군(大韓義軍) 참모중장의 자격으로 정당한 전쟁 행위를 수행한 것이라 주장하며 만국공법에 따른 재판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안중근 의사를 단순 살인죄로 기소해 사형을 구형했다. ‘만국공법불여대포’ 여덟 글자에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 작품의 왼쪽 하단에는 안중근 의사 유묵의 상징인 손도장이 선명하게 남아 있으며, 그 위에는 ‘경술삼월 어려순옥중 대한국인 안중근 서’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어 안중근 의사의 순국일인 1910년 3월 26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남긴 유묵임을 알 수 있다. 만국공법불여대포에서 보여지는 안 의사의 서체는 행서를 기본으로 하면서 해서와 초서를 혼용한 형태로,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여덟 글자는 안 의사 특유의 힘 있는 필세가 돋보인다. 특히 본문의 ‘萬(만)’자를 초서로 표기한 점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황금백만냥불여일교자(黃金百萬兩不如一敎子)'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되는 특징으로 안중근 의사만의 독자적인 글씨 쓰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또 기존에 보물로 지정된 안 의사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볼 때 필획의 처리방식, 자형 구성, 운필의 속도감 등 서풍 전반에서 높은 유사성을 보이고 있고, 손도장도 일치하여 전문가들로부터 진본으로 평가받았다.뒷면의 묵서를 통해 최초 소장자와 전승 경로가 구체적으로 확인된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크다. 묵서에는 ▲ 1910년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와 사형 집행에 이르기까지의 경과, ▲ 최초 소장자, ▲ 본 유묵을 표구 및 보존한 이유, ▲ 유묵을 표구한 소장자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를 통해 당시 뤼순감옥의 형무소장 구리하라 사다키치(栗原貞吉, ?~1941)가 소장했던 것을, 후에 스스로를 ‘평문광생 뇌협일인(平門狂生 雷峽逸人)’이라고 밝힌 인물이 전해 받았으며 그가 유묵을 보존하기 위해 표구하고 보관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구리하라는 여러 일화를 통해 안중근 의사의 수감 기간 중 인간적인 배려를 보였던 인물로 알려져 있어, 유묵의 전승 맥락과 역사적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한다.이번에 환수된 유묵은 지난해 5월 국외재단이 현지 협력망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면서 그 존재가 처음 확인됐다. 이후 국가유산청의 행정적 지원과 국외재단의 면밀한 조사와 협상을 거쳐 같은 해 11월 국내 반입에 성공했다. 환수 유물인 '만국공법불여대포'와 보물 '일통청화공'은 시기적으로는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3월에 쓰였고 내용적으로는 동양의 평화를 염원했던 안중근 의사의 사상을 담고 있으며 기록을 통해 전승경로가 확인되는 유물이라는 점, 서예사적으로는 두 유물에 모두 사용된 글자인 ‘公(공)’자를 통해 안중근 의사의 서체적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등 비교연구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번 공개를 통해 선열들의 광복을 위한 염원과 헌신을 되새기고 국민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문화유산 환수는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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