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얹어주는 출산크레딧 제도의 수혜자가 해마다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수혜자의 97% 이상이 남성에 집중되고 있다.17일 국민연금공단 통계 자료에 따르면 출산크레딧 수급자는 2020년 2067명에서 2021년 2959명, 2022년 4269명, 2023년 5037명, 2024년 7048명, 2025년 9999명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누적 수급액 역시 2019년 5억709만원에서 2023년 22억4553만원으로 4배 넘게 불어났다. 
 
문제는 혜택의 쏠림 현상이다. 2025년 말 기준 전체 수급자 9999명 가운데 남성은 9727명으로 97.3%를 차지했다. 반면 여성 수급자는 272명인 2.7%에 그쳤다. 출산크레딧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비해 출산을 장려하고 여성 가입자의 연금 수급권 획득 기회를 넓혀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2008년 1월 도입됐다. 제도 개편에 따라 첫째 아이부터 12개월의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받게 됐으며, 둘째 아이는 12개월, 셋째 아이부터는 1명당 18개월씩 가입 기간을 더해준다. 또한 기존의 최대 50개월 상한선도 폐지돼 혜택 폭이 넓어졌다. 가입 기간이 12개월 늘어나면 2024년 기준 매달 약 3만1380원의 연금액이 추가된다.이처럼 제도가 확대되는데도 불구하고 혜택이 남성 중심으로 쏠리는 결정적 이유는 지원 방식과 시점에 있다. 
 
현행 제도는 아이를 낳았을 때 즉시 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전 지원이 아니라, 수십 년 뒤 노후에 연금을 수령하는 나이에 도달해야 가입 기간을 얹어주는 사후 지원 방식을 취하고 있다. 부모가 모두 가입자일 경우 합의를 통해 한 사람에게 몰아주거나 균등하게 분할할 수 있는데, 부부 중 연금 수급 연령에 먼저 도달하는 남성이 크레딧을 먼저 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여성의 현실적인 노동 환경도 걸림돌이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탓에 국민연금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120개월)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기본 수급 요건을 갖추지 못해 추가 가입 기간을 얹어주는 크레딧 혜택마저 그림의 떡이 되는 것이다. 
 
제도 자체의 모순도 지적된다. 명색이 출산크레딧이지만 90일간의 법정 출산휴가 기간에는 직접적인 크레딧 혜택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대기업(30일)이나 중소기업(90일) 출산휴가 중 고용보험 급여를 받는 기간에는 연금 보험료 납부 예외로만 인정될 뿐이다.재원 분담 구조의 형평성 논란도 여전하다. 독일이나 스웨덴 등 주요 선진국은 출산크레딧 재원을 국가가 100% 일반 재정으로 부담한다. 반면 한국은 국고 지원이 30%에 불과하고 나머지 70%를 국민연금 기금에서 충당한다. 결국 국민들이 낸 연금 보험료로 출산 장려 비용을 대신 떠안는 구조다.전문가들과 국회에서는 출산크레딧 부여 시점을 노후 연금 수급 시기가 아닌 출산 직후로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국회 분석 자료에 따르면 출산 시점에 보험료를 직접 지원하는 사전 지원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2026년부터 2093년까지 현행 사후 지원 방식 대비 약 42조원의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계됐다.